[단독] 경주시 감포읍에서 벌어진 영화제작사 사칭 ‘노쇼 사기’의 전말

  • 장성재
  • |
  • 입력 2025-05-10 12:52  |  발행일 2025-05-10
“영화 촬영팀이라더니… 130만 원 음식만 남았다”
음식 다 준비했는데…30인분 식사 예약 후 잠적
감포·양남 등서 잇단 피해, 노쇼 사기 여파에 단체 손님 기피
경찰 “전국적 조직 사기 정황…동일 수법 잇따라”
[단독] 경주시 감포읍에서 벌어진 영화제작사 사칭 ‘노쇼 사기’의 전말

경주시 감포읍과 양남면 등 동경주지역 식당을 대상으로 영화제작사를 사칭한 노쇼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감포읍의 한 횟집에서 30인분의 음식을 준비했지만 예약 시간이 지난도 손님이 오지 않아 랩으로 포장해 놓은 모습. 노쇼 사기 피해를 당한 식당 주인 A씨 제공.

[단독] 경주시 감포읍에서 벌어진 영화제작사 사칭 ‘노쇼 사기’의 전말

경주시 감포읍과 양남면 등 동경주지역 식당을 대상으로 영화제작사를 사칭한 노쇼 사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감포읍의 한 횟집에서 30인분의 음식을 준비해 놓았지만 예약 손님이 오지 않는 노쇼 피해를 당한 모습. 노쇼 사기 피해를 당한 식당 주인 A씨 제공.

“프라이빗 룸에 감독·배우, 일반석에 나머지 30명, 메뉴 사진도 보내달래요. 촬영지요? 감포 관음사에서 일출암 찍는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안 왔습니다."

지난 7일 저녁 경주시 감포읍의 한 횟집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의 남성은 자신을 영화 제작사 스태프라고 소개하며 말했다. 감포 일출암부터 관음사까지 영화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고 저녁 6시 반에서 7시 사이에 감독과 배우 등 30여명이 식사를 위해 방문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가게 사장 A씨는 감포에 '일출암'이 없다는 사실에 반신반의했지만 사칭범의 요구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배우는 프라이빗한 방, 스태프는 일반석으로 나눠 달라"는 요청과 함께 “한 상에 4명씩 8개 상을 준비해 달라"는 식의 지시도 있었다. “감독님이 메뉴를 확인해야 한다"며 메뉴 사진 전송까지 요구했고 A씨는 이를 모두 응했다.

다음 날 오후 A씨는 직원들과 함께 약 130만 원 상당의 음식을 정성껏 준비했다. 그러나 오후 5시가 넘어도 예약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A씨는 횟상까지 모두 포장한 상태에서 예약 시간이 넘도록 기다렸지만 결국 그는 잠적해버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A씨는 감포읍사무소에 영화 촬영 여부를 확인했지만 “해당 지역에 촬영허가는 없다"는 답을 받았다. 아들이 직접 관음사 쪽으로 차를 몰고 확인하러 갔지만 현장에는 촬영팀의 흔적조차 없었다. 그제야 A씨는 자신이 '노쇼 사기'에 당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이 노쇼 사기는 A씨의 가게만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 경찰 확인 결과, 최근 양남면의 식당 두 곳도 동일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었다. 범인은 여러 가게에 전화를 걸어 “팀 인원이 많아 식사를 나눠 예약한다"고 설명하며 의심을 피했고 각 식당에 다른 수량의 음식을 주문했다.

한 식당은 예약이 겹친 걸 눈치채고 인근 가게에 연락했지만 “우리도 따로 예약받은 줄 알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범인은 식당들 사이에서 단체 손님이 나뉘어 예약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신뢰를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피해가 이어지자 일부 자영업자들은 단체 예약을 아예 받지 않거나 예약금 또는 신분 확인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정상적인 손님에게 불신을 안겨줄 수 있어 쉽지 않은 결정이다.

A씨도 “노쇼 사기행각 때문에 정상적인 단체 손님 예약 전화까지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됐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아울러 “음식을 정성껏 준비해놓고 손님을 기다리던 시간이 너무 허망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적인 노쇼 사기행각이 이어지자 일부 연얘기획사도 피해를 확인하고 공식 입장을 내고 있다. 한 기획사는 “소속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의 제작사 직원을 사칭해 식당에 고가 주류 선결제를 요구한 제보가 접수됐다"며 “소속 아티스트나 제작사 관계자는 절대 금전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배우 이름과 작품명을 악용해 신뢰를 얻고 금전 사기를 벌이는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허위 예약을 이용한 신종 사기 수법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식당과 숙박업소 등을 노린 유사 사기가 전국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단체 예약 시 신원 확인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기자 이미지

장성재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