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신기한 주문 '엄마 손이 약손'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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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19   |  발행일 2020-10-19 제13면   |  수정 2020-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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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요즘처럼 응급실이 많지 않던 시절엔, 한밤중에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우리의 부모님들은 이 병원 저 병원을 뛰어다니며 불 꺼진 병원문을 두드려 의사를 찾았습니다. 운이 좋아 의사가 병원문을 열어주고 치료를 해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우리의 어머니들은 아파 우는 아이를 안고 손으로 등을 쓸며 "엄마 손이 약손"을 반복하면서 날이 샐 때까지 함께 아파하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엄마 손이 약손"이란 말은 마치 마법의 주문인 듯 어머니가 계속 손으로 몸을 쓰다듬어 주면 아이는 점점 아픈 것이 잦아들고 편한 잠에 빠졌습니다. 과학적으로 보자면 엄마 손이 치료제도 아닌데 병이 나아 이런 일이 생길 리는 만무한데 말이죠.

    그런데 임상 현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그간 많이 보고되었습니다. 한 예로 지난 9월 영국 UCL대학 Lorenzo Fabrizi 박사와 캐나다 요크대학 Rebecca Riddell 박사 연구진이 'European Journal of Pain' 잡지에 발표한 신생아의 고통 반응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엄마와 살이 직접 닿은 채 엄마 품에 안긴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뇌가 고통을 덜 느낀다고 합니다. 이들 연구진은 고통에 대한 뇌 신호를 함께 관찰하였다는 점이 기존 연구들과 차별성을 갖는데, 0~96일 된 27명의 영아를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위해 시행하는 발뒤꿈치 채혈 때 나타나는 영아의 고통 반응을 뇌전도(EEG)를 통해 관찰하였습니다.

    연구진은 발뒤꿈치 채혈을 위해 바늘을 찌를 때, 엄마의 가슴에 안겨 살이 직접 닿은 경우와 엄마가 옷을 입은 채 안아 살이 직접 닿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였습니다. 발뒤꿈치를 바늘로 찔렸을 때 두 경우 모두 영아는 고통을 느끼는 뇌 신호가 발생하였습니다. 이후 시간이 조금 경과하고 나서 엄마와 살이 직접 닿은 영아들은 옷을 입은 엄마 품에서 직접 살이 닿지 않은 영아들에 비해 뇌의 고통처리 신호가 약화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통증에 대한 초기 뇌 반응은 같지만, 부모와 직접 살을 맞댄 아기는 고통을 덜 느낀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아이가 낫기를 바라는 엄마의 손길에 담긴 간절한 사랑이 아이 피부를 통해 뇌로 전달되어 진통제로 작용한 모양입니다.

    사실 신생아를 포함해 어린이들의 뇌는 발달이 진행되고 있어 신경가소성(뇌가 외부자극, 경험, 학습에 따라 구조 기능적으로 변화하고 재조직하는 현상)이 성인에 비해 매우 활발합니다. 따라서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향후 뇌의 발달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 (여러분 손을 깨끗이 씻고) 사랑이 가득 담긴 손길로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의 볼을 한번 꼭 안아주기 바랍니다. 그럼 아이들의 뇌는 고통을 처리하는 회로가 잠시나마 꺼지면서 행복한 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 신경가소성 덕분에 아이는 행복에 익숙한 뇌를 갖게 될 것입니다.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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