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인목(戀人木) 앞에서 결혼을 생각하다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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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0 10:32  |  수정 2020-10-20 11:27  |  발행일 2020-10-21 제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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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결혼친화도시 선포의 효과였을까? 지난 여름 달서구 도원지에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된 수달 아기가 태어났다. 지난해 수달 한 마리를 발견하고 여러 공을 들였더니 어느새 수달커플이 비밀스럽게 보금자리를 틀었나 보다. 그 결과 지난달 8일 아기 수달이 출생·발견돼 도심지에도 수달의 생존 생태환경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2분기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지난해 0.92명보다도 나날이 낮아져 내년 출생아 수가 5만여명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정부에서 투입한 150조원 규모의 저출산 대응 투입 예산이 무색하기만 하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하루빨리 인구절벽 재앙 극복을 위한 정책 변화를 가져야 한다. 과거 정책에 대한 부정적 진단을 넘어 실효적인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도원지 수달 사례에서 보듯 그 해답의 많은 부분은 결혼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합계출산율이 1.36명(2019년 기준)인 일본의 '마스다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48만여명의 인구가 감소 중인 일본은 2040년이 되면 지자체의 50%에 육박하는 896개소가 소멸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9년 10월 기준 전국 228개 지자체 중 97개 지자체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 되고 있다. 코로나 19가 그 위험 속도를 더욱 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한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2.23명(2016년 기준)인 점을 생각하면 희망의 불빛은 아직 남아 있다. 이에 나는 달서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2016년 7월 13일 전국 최초로 결혼장려팀을 신설했고 조례까지 제정했다. 나아가 결혼특구 도시로서 '하늘열차 도시철도 데이트', '사랑은 롤러코스트를 타고' 등 다양한 시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내 자녀 천생연분 찾는데이'를 개최하여 전국 최초로 부모들이 직접 자녀들의 짝을 찾아보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쉼 없이 외길을 달리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결혼에 대한 몸부림이 물수제비 파장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가길 희망하며 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총리실 등 중앙부처 여러 곳에 건의했지만 모두가 절벽이다. 저출산 위기에는 방치된 결혼에 많은 몫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결혼에는 관심이 없다. 국가 존폐를 위협하는 결혼 절벽, 인구 절벽이라는 어두운 먹구름이 몰려오는데도 무관심을 넘어 뜻을 같이 하는 듯 일제히 함구하고 있다.
 

비결혼 풍조가 유행처럼 번져가는 현실에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취업과 결혼이라는 가보지 않은 관문 넘기가 벅차다. 청년 일자리 창출부문에는 정부에서 그나마 노력은 기울이고 있으나 결혼 정책에는 손을 놓고 있어 젊은이들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혼밥·혼술이 유행하고 미혼 청춘에게 결혼 얘기를 꺼내는 것이 결례라는 사회 분위기에도 결혼과 가정의 소중한 가치를 얘기해 주며 축복의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책무가 아닐까?
 

일본에서는 매년 4만8천여명의 고립사가 발생한다고 한다. 인생의 마지막길이 장례절차가 아닌 연고가 없어 즉시 화장하는 청소절차로 변모되고 있다. 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반면 달서구 배실공원에 가면 '연인목(戀人木, 달서구에서 명칭한 연리목의 애칭)'이 있다. 두 그루의 소나무가 하나가 되어 서로 의지하며 자라는 모습이 무엇인가 뜻을 전하고 있는 것 같다. 깊어가는 가을, 젊음을 늘 간직할 수만 없는 청춘들에게 바란다. 서로 의지하며 행복의 빛을 띄우는 이 연인목 앞에라도 서 보았으면….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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