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이어 70대 여성도 사망...대구 병·의원 독감백신 접종 취소 사태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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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0 17:02  |  수정 2020-10-20 18:00  |  발행일 2020-10-21 제9면
온라인 커뮤니티 등선 불안·공포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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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을 맞은 시민이 잇따라 숨지면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독감 백신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례는 '매우 드문 일'이라고 설명하지만, 지역 사회에선 불안감에 백신 접종을 미루거나 아예 접종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20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전북 고창군 상하면 한 주택에서 A(여·78)씨가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마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북도 보건당국 역학조사 결과, A씨는 전날 오전 9시 고창군 한 민간 의료기관에서 독감 접종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접종받은 독감 백신은 최근 문제가 된 상온 노출 또는 백색 부유물이 발견된 제품이 아닌 보령바이오파마 보령플루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인천에서 사망한 B(17)군이 접종한 백신과 다른 제품이다. A씨는 평소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어 약을 복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백신 접종으로 인해 A씨가 숨졌다고 단정 짓기엔 어렵다고 판단되고 있다"며 "질병관리청에서 해당 사례에 대한 역학 조사를 진행하는 만큼,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지역 유명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독감 백신 접종 뒤 숨진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도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호소했다. 해당 백신 제약회사 정보와 병원에 대한 소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 50대 주부는 "이번 주말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독감 접종을 하려고 했는데, 잇따른 사망 소식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10여년간 독감 접종을 해왔는데, 올해처럼 불안하기는 처음이다"고 답답해했다.

대구지역 병·의원에는 혹시 하는 걱정에 접종한 백신 종류 등을 확인하려는 전화가 빗발쳤고, 접종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보건당국이 독감 백신 관련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이 시민 불안감 조성에 한몫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기억상 독감 백신 접종이 원인이 돼 사망한 사례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질병청은 "국내에서 독감 백신 접종이 원인이 돼 사망한 사례는 2010년에 한 건 있었다"고 정정했다. 2009년 10월 기저 질환이 없던 65세 여성이 독감 예방접종한 뒤 근력 저하 등 이상 반응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2010년 2월 병원에서 흡인성 폐렴으로 숨졌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 접종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 분석하고 있다. 대구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부검 결과가 나와야 숨진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백신으로 인해 사망까지 가는 것은 사실상 매우 희박한 일"이라며 "개인적인 질환으로 돌연사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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