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생각의 차이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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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7 08:01  |  수정 2020-10-27 08:16  |  발행일 2020-10-27 제16면
태풍에 쓰러진 과실 앞에 망연자실한 농부
절망 속 남은 삼할의 사과에 집중한 농부
같은 상황도 생각하기 따라 결과는 달라져

곽호순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네가 일하며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이냐"라고 공자(孔子)가 나라에 관리(官吏)로 일하는 조카 '공멸'에게 질문을 했답니다. 이 질문에 조카 공멸은 깊은 한숨과 함께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제가 얻은 것은 한 가지도 없는데 잃은 것은 무려 세 가지나 있습니다. 첫째, 아직 제가 많이 부족해 해야 할 공부가 많은데, 그런데 일이 너무 많아 공부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둘째, 일은 열심히 해도 보수가 너무 적어 부모님을 봉양하기도 어렵고, 주변 사람들을 대접하지 못해 평판이 나빠지고 있어도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셋째, 관리 일이 너무 바쁘고 시간이 없고, 매일 늦은 시간까지 일해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공멸은 분명 볼멘소리에 불만이 가득 찬 표정이었겠지요.

이후 공자는 그 대답을 한 공멸과 같이 관리로 일하는 제자 '자천'에게 같은 질문을 했고, 자천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잃은 것이라니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얻은 것은 세 가지나 있습니다. 첫째, 일하면서 배운 것을 실행해보게 되어 배운 내용이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둘째, 받은 보수로 조촐하게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하니 사람들과 더욱 친숙해졌습니다. 셋째, 친구들과 만날 시간을 만들기 위해 제 업무를 더 정확하고 빠르게 하도록 노력했더니 제 능력도 높아지고 친구들과의 우정도 더욱 두터워졌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는 자천은 분명 자신감 있는 목소리와 겸손한 표정이었겠지요.

여러 해 전에 있었던 얘기입니다. 그해 늦가을에 큰 태풍이 왔다고 합니다. 그 태풍에 들판의 나락이고 나무의 과실이고 죄다 넘어지고 떨어졌답니다. 수확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큰 태풍이라 다들 망연자실했겠지요. 사과 농사를 주로 짓고 살던 어느 마을에서 있었던 얘기입니다. 그 마을에도 그 태풍으로 한 해 거름 주고 벌레 막아 잘 키운 탐스러운 사과들이 죄다 떨어졌답니다. 그저 사과 농사로 먹고살던 농부들은 무심한 하늘만 탓하고 망연자실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한숨과 우울로 남은 날을 보낼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때 어느 한 농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하였답니다. 모든 과수원에 사과 칠 할이 떨어져서 우울하고 슬펐지만 그 농부는 그 절망스러움 속에서도 남은 삼할의 사과에게 관심을 가졌답니다. "이 큰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붙어 있는 저 사과야말로 대단한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시련에도 나가떨어지지 않고 꿋꿋이 견뎌내는 억척스러운 것들"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남은 사과를 '합격 사과'로 이름 붙이고 입시생들을 둔 가정에다가 열심히 팔았답니다. 사과는 날개 돋친 듯 높은 값에 팔렸음은 당연하고 그 농부는 다행히 큰돈을 벌고 행복하게 긴 겨울 잘살았답니다.

많은 것들이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너무 흔한 비유이지만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아 있다는 생각과 반밖에 없다는 생각은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같은 현상에도 생각을 달리 한다면 그 결과에서는 큰 차이가 납니다. 우울한 사람은 우울증이 오기 전에 우울한 생각부터 먼저 한다고 합니다. 우울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소풍날에 비가 오면 "당연하지. 내가 소풍 가는 날이 좋을 리가 있나"라고 생각합니다. 수학 시험 하나를 망치면 "다른 시험은 쳐 보나 마나지"라고 생각하고, 칭찬을 해도 "내가 무슨 칭찬 받을 일이 있나, 칭찬인지 욕인지…"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근데, 바꿔야 합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병들은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것도 많기 때문입니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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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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