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도굴…개성만점 도굴꾼 3人의 무모한 도굴작전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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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6   |  발행일 2020-11-06 제39면   |  수정 2020-11-06
타고난 천재 도굴꾼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전설의 삽질 달인 조합
황당·발칙한 팀플레이
신박하고 긴박한 재미

도굴

타고난 직감과 촉을 지닌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 황영사 9층 석탑 안에 있는 금동 불상을 훔쳐내는 데 성공한 그는 이 국보급 보물을 미끼로 고미술계 큰 손(송영창)과의 접촉에 성공한다.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은 그런 강동구의 능력을 알아채고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이에 강동구는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 전설의 삽질 달인 삽다리(임원희) 등을 불러 모아 황당하고 발칙한 도굴작전을 계획한다.

케이퍼 무비는 어떻게 무사히 물건을 훔칠지, 또 어떤 기지와 순발력을 발휘할지 등이 늘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한다. 탄탄하고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와 연출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영화 '도굴'은 치밀하고 정교한 계획과 실행이 뒷받침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케이퍼 무비 장르의 본질에 나름 충실한 편이다. 하지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 넘치는 범죄의 순간에는 그닥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각기 다른 3명의 도굴꾼 캐릭터를 중심으로 코미디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큰 줄기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간다기보다는 각자의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선보이는 각양각색의 도굴 작업과 팀플레이가 오락적 재미를 선사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플롯은 범죄의 타깃이 되는 대상과 목표물이 희귀할수록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난해할수록 쾌감은 배가 된다. 강동구 일당이 완수해야 할 첫 번째 미션 역시 중국 지안시 옛 고구려 고분벽화를 도굴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건 맛보기일 뿐 하이라이트는 선릉에 묻혀 있는 태조 이성계의 전어도다.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서울 강남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긴 땅굴을 파야 한다. 영화는 이들의 범죄 시도를 전반적으로 가벼운 톤의 코믹 상황으로 나열해간다. 무모하고 대책없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각자의 할 일을 유연하게 처리하는 그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는 즐거움은 있다.

'도굴'로 신고식을 치른 박정배 감독은 "신박하면서도 긴박한 재미를 살리는 게 포인트였다"며 "캐릭터들의 차진 대사에도 리듬감을 살리기 위해 편집에서도 완급을 조절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호흡이 좋다. 시종 유쾌함과 여유를 잃지 않는 이제훈의 능글맞은 깐족거림과 자칭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를 표방한 조우진의 잔망스러움, 그리고 진지할 때 더 코믹해지는 임원희 조합은 더할 나위 없다. 픽션과 리얼리티의 경계를 능숙하게 오가며 이를 오락적 재미로 담아낸 제법 그럴싸한 케이퍼 무비다.(장르:범죄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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