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대구 롯데몰 VS 경산 신세계몰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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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6 07:01  |  수정 2024-05-06 07:01  |  발행일 2024-05-06 제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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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화성산업은 유통사업 부문(동아백화점·동아쇼핑)을 이랜드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화성산업 이인중 회장은 "규모의 경제를 극복할 수 없었다"고 했다. 대구경북에만 점포를 두고 있는 화성산업이 전국적 점포망의 유통 대기업과 경쟁하기 힘들었다는 뜻이다.

그 무렵 유통 부문 규모의 경제는 대형 마트에도 적용됐다. 동네 골목상권은 대형화된 마트 때문에 생존 자체가 위태로웠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2006년 12월 이후 4차 순환선 안쪽, 즉 도심지역에는 대형 마트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것이어서 소송하면 패소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 북구의 롯데마트 칠성점은 소송 끝에 4차 순환선 내에 건립된 유일한 대형 마트다. 그런데 롯데마트 칠성점은 개점한 지 3년 만인 2020년 말에 폐점했다. 2021년에는 홈플러스 대구스타디움점과 홈플러스 대구점도 문을 닫았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마트의 경쟁력이 예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규모의 경제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에서 진행되고 있다. 쇼핑몰은 매장 면적만 커진 게 아니라 대형 문화공간까지 갖춰 쇼핑과 문화의 복합공간으로 진화했다. 초대형 복합쇼핑몰은 경제·관광·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파급력이 크다. 쇼핑몰 인근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 역세권 용어를 패러디한 '몰세권'이란 말까지 나온다.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경기도 수원·파주 그리고 부산에서 신세계 및 롯데가 운영하는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실제 사례다. 이런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대구 수성구와 경북 경산에 들어선다.

롯데는 수성구 알파시티 내에 2026년 9월 개점을 목표로 '타임빌라스 수성'을 건립하는 중이다. 7만7천49㎡ 부지 위에 지하 2층 지상 4층(연면적 26만7천㎡) 규모로 짓고 있다. 개점하면 부지면적 기준으로는 대구경북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 된다.

경산지식산업지구 내 유통상업시설 부지에 들어설 초대형 복합쇼핑몰의 부지 면적은 무려 10만9천228㎡(약 3만3천평)나 된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상업시설 부지 공개 입찰 때, 낙찰받는 유통업체가 초대형 몰을 건립하게 된다. 롯데가 수성구에 대형 몰을 건립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정황을 감안할 때 필자는 신세계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신세계는 2015년부터 경산진출에 관심을 보여왔다. 경산에 신세계몰이 들어서면 부지면적 기준 대구경북 최대 규모 쇼핑몰은 수성구 롯데몰에서 경산 신세계몰로 바뀔 것이다.

초대형 복합 쇼핑몰은 다른 지역 사람도 모여들게 한다. 외지인의 방문이 적은 경산 입장에서 보면, 초대형 복합 쇼핑몰 유치는 경산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 그러려면 수성구 롯데몰과 상생할 수 있는 경산 몰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초대형 복합 쇼핑몰이 인접해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외지 쇼핑객들을 경산에 머무르게 만드는 볼거리·먹거리도 만들어야 한다. 경산 몰 때문에 위축될 수 있는 골목상권을 배려하는 정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경산에 초대형 몰이 들어설 수 있도록 의기투합했던 조현일 경산시장과 조지연 국회의원 당선자를 비롯해 경산의 여론 주도층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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