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경남 거창·합천군 경계 우두산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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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06   |  발행일 2020-11-06 제36면   |  수정 2020-11-06
맑은 날, 탁 트인 시원한 조망이 반기고
흐린 날, 雲霧 그 자체로 운치 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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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산 정상으로 향하며 뒤돌아본 의상봉.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지난해 완공을 하고도 코로나19 사태로 수차례 연기를 거듭하며 개통을 하지 못하고 있던 '거창 Y자형 출렁다리'가 개통된 것. 전국에 걸쳐 구름다리, 출렁다리, 하늘다리 등 각기 다른 이름의 현수교가 많이 생겼지만 세 봉우리를 잇는 독특한 현수교가 궁금해 개통 시기를 기다리던 터라 10월24일에 개통되고 꼭 일주일 만인 지난 1일 이곳을 찾았다.

산행을 계획한 날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 새벽같이 길을 나선다. 가조IC를 빠져나와 산행기점인 고견사 주차장(거창 항노화힐링랜드)으로 향하는데 예보와 달리 사위는 어둑하고 아침 일찍부터 비가 시작된다. 노랗거나 붉거나 각각의 색깔로 곱게 물든 단풍길을 따라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전 8시. 2층 구조로 새로 지은 주차장에는 이미 만차에 가까울 정도로 빼곡하다.

소의 머리 닮아 붙은 牛頭山 이름은
의상대사가 참선한 의상봉으로 유명

왼쪽 출렁다리·오른쪽 마장재 방향
등산 위해 마장재 향하는 이 드물어
견암폭포 상단 서면 본격적 등산로
고견사 뒤로 경사 가파른 왼쪽 산길

예전 계곡 따라가던 길 Y자 다리로
작은 봉우리 세곳 이은 신기한 다리


우두산은 산의 생김이 소의 머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백두대간인 대덕산 삼도봉에서 남동쪽으로, 수도지맥 가운데 명산으로 꼽히지만 정상인 우두산보다 의상대사가 참선을 했다고 이름 붙인 의상봉이 더 유명해 산 전체를 의상봉으로 부르기도 한다. 또 이백의 시 '산중문답' 중 인간 세상에 이만한 경치가 또 없다고 표현한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구절에서 '별유'를 빌려 별유산으로도 불렸다. 최근에는 표석이며 이정표 모두를 우두산으로 표기해두었다.

주차장에서 고견사로 올랐다가 의상봉, 우두산, 마장재를 거쳐 Y자형 출렁다리로 하산계획을 세운다. 주차장 앞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장군봉·바리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정면으로 고견사 1.2㎞ 이정표를 따르면 의상봉으로 오르는 최단 코스다. 주차장 끝에 거창 항노화힐링랜드 건물을 지나면 왼쪽 정면에 고견사 이정표가 있다. 오른쪽은 마장재를 지나 내려오게 되는 출렁다리 방향인데, 대부분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향하고 등산을 목적으로 고견사 방향으로 오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넓은 길을 따르면 고견사까지 모노레일이 등산로와 나란히 깔려있고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걷기가 편하다. 우산을 꺼내 쓰다가 숲길이 시작되고 좁은 골짜기로 들어서면서 비옷으로 갈아입고 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계단을 만나고 계단 중간쯤 오르면 오른쪽 아래에 높이 30m는 됨직한 견암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 상단에 올라서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비교적 완만하다. 하늘을 가릴 만큼 빼곡한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낙엽은 빗방울에 촉촉이 젖었고, 바위며 길바닥에 찰싹 달라붙었다. 현란한 단풍은 아니지만 차분한 추색이 운치를 더한다.

30분쯤 오르니 오른쪽에 '고견사 0.3㎞, 쌀굴 0.6㎞' 이정표가 있는데, 고견사에서 들려오는 예불소리가 들린다. 고견사 일주문 앞에 서니 등산로 옆에 나란히 나 있던 모노레일 종착지에 물자와 4명이 탈 수 있는 모노레일 차량이 세워져 있다. '우두산 고견사'로 적은 편액이 내걸린 일주문 뒤로 고운 최치원 선생이 심었다는 보호수 은행나무가 천년의 세월 동안 우람하게 버티고 서 있다. 텃밭에 벌써 알이 통통하게 찬 배추는 허리춤에 끈으로 묵어두었고, 그 옆에 무도 가지런히 심겨 있다. 말 그대로 고랭지 채소밭이다.

대웅전 왼편 약수터에서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경내를 돌아보는데 바람에 땡그랑거리며 풍경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냥 지나려다 대웅전 뒤 마애불이 보여 돌아 오른다. 바위를 파내고 정교하게 조각된 불상 앞에 서서 내려다보니 산허리까지 운무가 차올랐다.

최근 개통해 거창의 새로운 명물로 꼽히는 Y자형 출렁다리.

고견사를 뒤로하고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20분쯤 올라 오른쪽 바위벼랑 아래 '복전함'이 놓인 자리에 샘터가 있고, 그 맞은편에 검은색 가사를 입은 금동불상이 고견사와 가조면 방향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여기서부터 능선까지 10분 정도 거리인데 경사가 가파르다. 능선에 올라서면 왼쪽 장군봉에서 온 길과 만나는데 의상봉으로 가려면 오르던 길을 정면으로 넘어 잠시 내려섰다가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 올라야 의상봉 아래 안부에 닿는다. 오른쪽 오뚝한 의상봉을 올랐다가 되돌아 내려와 우두산 정상으로 향하는 갈림길이다. 빗줄기는 가늘어졌지만 바람이 거세지면서 운무가 밀려와 정상부까지 가득하다. 수직에 가까운 계단이 3단으로 연이어 놓인 200여 계단을 오른다. '의상봉 1,038m'를 새긴 표석이 서있다. 맑은 날이면 사방이 탁 트여 가야산 일대와 지리산·덕유산까지 조망이 시원한 곳이다. 지금은 운무로 인해 가까운 장군봉과 진행할 우두산까지만 시야에 들어올 뿐이다. 운무가 잠시 걷히기를 기리다가 다시 안부에 내려와 우두산으로 향하는데 한 무리의 산꾼들이 바람을 피해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정상까지는 450m. 바윗덩이를 오른쪽으로 한 번 돌고 왼쪽으로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 쳐야 하는 난코스인데, 데크와 난간이 설치돼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동행한 후배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의상봉이 잘 보이는 바위에서 자리를 잡고 버틴다. 순간순간 변하는 운무에 혹시라도 걷히지는 않을까. 사진 한 컷 찍겠다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덧옷을 하나 꺼내 입을 정도로 한기가 느껴진다. 이러기를 계속 반복하니 잠시라도 멈춰서면 후배도 자동으로 "기다릴까예?" 하며 걸음을 멈춘다.

짧은 구간을 30분 만에 정상에 오르니 '우두산 1,046m'라 적힌 표석과 '합천 21'이 새겨진 삼각점이 놓여있다. 정상에서 만난 몇몇 산꾼들이 출렁다리로 가려면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마장재 방향으로 가다보면 갈림길이 있고, 이정표가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300m쯤 내려서니 '마장재 1.7㎞, 주차장 2.0㎞'라 적힌 이정표가 서 있다. 직진 방향인 능선을 따르면 바윗길을 오른쪽으로 돌아나가는 구간을 여러 번 만나고, 30분쯤 지나니 '마장재 0.8㎞m, 주차장 1.5㎞'로 적힌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분명히 출렁다리로 표시한 이정표가 있을 것이라 알려준 것이 틀렸다. 이후에도 여러 곳에 이정표가 있었지만 하나같이 주차장으로 표기한 예전 그대로이다.

바윗길을 지나면서 뒤돌아보는 우두산 일대가 바람에 보일 듯 말 듯해 혹시나 싶어 멈추니 역시나 "기다릴까예?" 한다.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한 터라 여유를 부려도 시간은 넉넉하다.

바윗길을 다 지나고 완만한 내리막을 내려서니 넓은 공간에 벤치가 놓였고, 억새가 군락을 이룬 가운데 이정표가 서있다. 마장재인데, 정면으로 비계산 2.8㎞, 오른쪽은 주차장 1.6㎞로 적혀있다. 비계산 방향으로 작은 언덕을 넘으면 철쭉 군락지가 있고, 정월달에 안전기원제를 올리는 제단이 설치되어 있다. 주차장 방향으로 내려서니 계곡 사이로 난 길인데 완만한 숲길이다. 키 높이의 생강나무가 노랗게 물들었고, 단풍나무는 절정을 지나 말라가고 있다. 안개처럼 희뿌연 숲길은 몽환적인 분위기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까이 들리자 왼쪽으로 계단이 놓였다. 예전에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게 되는 길인데 아마도 출렁다리로 연결되는 계단임을 직감하고 올라선다. 30m쯤 돌아나가니 운무 속에 Y자형 출렁다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작은 봉우리 세 곳을 연결해 가운데 모아지는 말 그대로 Y자 모양의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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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중간지점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건너면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있다. 여기서부터 주차장까지는 줄지어 오르내리는 관광객들이 붐빈다. 20분 정도 내려서니 주차장인데 텅텅 비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데 주차장이 비었을까' 의아해 하며 차를 몰고 산을 내려오면서 하나씩 의문이 풀린다. 먼저 가조면 소재지 중간쯤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었고, 가조면소재지 넓은 주차장에서 대형버스가 주차된 것으로 보아 아침 일찍 주차장이 차면 여기서부터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고견사 주차장 -(40분)- 고견사 -(30분)- 의상봉 -(25분)- 우두산 정상 -(60분)- 마장재 -(40분)- Y자형 출렁다리 -(20분)- 고견사 주차장

우두산은 경남 거창군의 해발 1천m 이상의 산 20여개 가운데 코스를 다양하게 잡을 수 있어 산꾼들로부터 사랑받아 왔다. 의상봉·우두산만 오르면 3시간 남짓 소요되고, 장군봉·바리봉을 지나 정상에 올랐다가 마장재까지 잇는다면 6시간 남짓, 비계산까지 이으면 8시간 정도의 코스도 있다. 이번에는 고견사~의상봉~우두산~마장재~고견사 주차장으로 되돌아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해 최근 개통한 Y자형 출렁다리를 지났다. 전체 산행거리는 약 8.2㎞로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교통

광주대구고속도로 가조IC에서 내려 바로 우회전, 가조면 소재지에 들어서면 회전교차로가 나오고 네거리에서 고견사·우두산 이정표를 따라 약4㎞를 진행하면 고견사 주차장이 나온다.(내비게이션: 경남 거창군 가조면 수월리 산 19-4·항노화힐링랜드 입구 주차장)



☞볼거리

고견사=해인사 말사로 신라 문무왕 7년에 의상과 원효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의상대사가 참선하던 터로 알려진 의상봉으로 등산로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고려왕조 왕씨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밭 5결과 대궐의 향을 내려 해마다 2월10일에 수륙재를 지내게 한 사찰이다. 또 이 절에는 고운 최치원이 머물렀다고도 한다. 최치원이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있고, 의상대사가 도를 닦을 때 날마다 대사와 상좌가 먹을 만큼 쌀이 나왔다는 쌀굴도 있다. 고견사 석불(경남도 유형문화재 제263호)과 동종(경남도 문화재자료 제170호)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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