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마음의 3가지 영역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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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1-24 08:11  |  수정 2020-11-24 08:21  |  발행일 2020-11-24 제16면
마음의 병 '사고' '감정' '인지'로 구분
기쁘고 슬프고 화나는 다양한 마음 변화
종잡을 수 없고 길들이려 해도 쉽지 않아
다양하지 않고 치우친다면 오히려 문제

곽호순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마음은 참 이상한 것입니다. 때로는 작은 일에도 불안하거나 우울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리 어려운 일에도 담담하거나 태연하기도 합니다. 많이 가지고 높은 지위에 있어도 늘 허전하고 초라한 느낌의 자신을 힘들어하는 사람은 마음이 풍족하지 않아 그런 것임을 잘 모릅니다. 반대로 낮고 곤궁한 입장에 처해 있어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은 당연히 마음이 편안하고 자신감이 있으니 그런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그 마음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음은 변화무쌍하다가도 때로는 한 곳에 집착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 한없이 너그럽다가도 대수롭지 않은 일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내 마음과 다른 행동을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감춰진 마음을 쉽게 들켜버리기도 합니다.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이유 없이 그 사람이 좋고 믿음이 가고 잘 대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근거 없이 밉고 두렵고 싫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현상은 처음 만난 그 사람 탓이 아니라 자기 마음 탓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아하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증오하는 것들의 기준이 다 다르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지만 그 까닭은 모릅니다.

마음이 이렇게 다양하고 종잡을 수 없고 일정하게 길들이려고 해도 쉽지 않고 결심 한 대로 행동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것, 걱정마세요. 이런 것들은 다 정상적인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은 이렇게 다양한 것이 정상입니다. 오히려 마음이 다양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변화가 없거나 비틀려 있으면 우리는 이런 마음을 비정상으로 걱정을 합니다.

마음을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나눠 설명하기도 합니다. 우선 생각하고 판단하고 깨닫게 하는 기능인 '사고(思考)', 느끼고 감동하고 정서반응을 일으키는 '감정(感情)', 기억하고 집중하는 능력인 '인지(認知)'가 그것입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마음의 병은 이 3가지 영역에서 다 나타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자기를 음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모여서 쑤군대며 나에 대한 험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피해망상'이 생긴 겁니다. 이는 사고의 영역에 큰 지장이 온 병입니다. 이런 망상에다 '환청'까지 동반하게 된다면 우리는 이를 '조현병'이라고 부르고 매우 걱정합니다. 생각이 편협되어 있거나 원치 않는 생각을 지나치게 반복해서 생각하게 되는 병인 '강박증'도 사고의 장애로 봅니다. 또 배우자의 정절을 근거 없이 의심해 때로는 가정의 파탄을 초래하게 되는 '의처·의부증' 같은 병들이 이 사고 영역의 장애라 할 수 있습니다.

기분이 늘 쓸쓸하고 허무하고 무기력해 일상적인 생활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의 정서 반응이 있다면 '우울증'이라고 걱정하고 이는 감정 영역의 병입니다. 반대로 기분이 너무 좋은 쪽으로 기울어 늘 좋고 의기양양하고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큰 목소리로 자기주장만 한다면 우리는 이를 '조증'이라 하며 이 또한 감정 영역의 중요한 병입니다. 갑자기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은 공황장애, 모든 것이 다 두렵고 불안해 하는 범불안장애, 두렵고 창피해서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는 사회공포증들이 다 이 감정의 영역에 속하는 마음의 병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몰라보고 이름도 불러 보지 못하며 최근 기억은 물론 과거 아름다웠던 것들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안타깝지만 '치매'로 진단하고, 이는 인지 영역의 대표적인 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마음이 다양하지 못하고 왜곡되어 있고, 집착하거나 혹은 오해하거나 기억하지 못하거나 한 곳에만 머물러 있을 때 병이라고 진단을 내립니다. 마음이 다양한 것은 병이 아닙니다. 정상입니다.

곽호순 〈곽호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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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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