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알바로 시작했다가 범죄 주동자로…SNS로 유혹 범죄자 양산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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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7 07:40  |  수정 2020-12-07 07:43  |  발행일 2020-12-07 제9면
보험사기 근절 캠페인<상>중학생도 보험사기 노출

사기 금액 비해 처벌 약해
범죄 의식 못 느껴 악순환

A씨 등은 2018년부터 올해 4월까지 총 320여 차례에 걸쳐 보험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한 차량에 4~5명 정도 탑승한 뒤 대구시내 일대 교차로 1·2차로 동시 좌회전 중 유도 점선 이탈 차량을 대상으로 고의로 들이받는 수법으로 사고를 낸 뒤 합의 명목으로 8억원가량의 보험금을 받아 가로챘다. 2000년생 안팎의 이들은 고교생 나이 때부터 보험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결국 덜미가 잡혔다. 3명이 구속되고, 57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대구지역 보험사기 사건 건수와 피해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10대와 대학생이 이 같은 범죄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SNS로 '고액 알바'라고 속여 보험사기의 공범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2018년 1만3천199건이던 대구지역 교통사고는 올해 1만4천536건으로 10%가량 늘었다. 부상자도 1만9천332명에서 2만1천598명으로 11%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대구지역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1.3%에서 100%로 18.7%포인트 증가했다. 사고건수와 부상자수가 각각 10%가량 증가하는 동안 손해율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서울을 포함한 6대 광역시 가운데 부산 다음으로 높다. 사고건수와 부상자수보다 손해율이 크게 늘어난 것은 보험사기로 비정상적 보험금 지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손해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는 보험사기가 급증하면서 손해율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1~10월 검거된 보험사기는 136건으로,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98건)를 훌쩍 뛰어넘었다.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129억원으로 지난해(49억원)보다 2.6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피해 금액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전체 금액(121억원)보다 많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학생과 사회 초년생이 죄의식 없이 보험사기에 가담한 이후 몇 차례의 범죄에도 적발되지 않자 자신이 주동자가 돼 같은 방식으로 보험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식으로 악순환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보험사기 급증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험사기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데다, 사기를 통해 얻은 이득에 비해 처벌이 경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사기범들은 교차로에서 좌·우회전 차량이 차로 유도 점선을 침범하는 경우 추돌하는 식의 고의 사고로 사기 행각을 저지른다. 올해 7~9월 죽전네거리에서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교차로 차선 위반 접촉사고는 33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황금네거리에서 22건, 범어네거리에서 22건 등 수성구와 달서구 주요 교차로 10곳에서만 167건의 의심사고가 발생했다.

대구경찰청과 손해보험협회는 대구지역 주요 교차로 중 사고가 잦은 곳에 '이곳은 자동차 보험사기 위험지역입니다' '교차로 내 무리한 진로변경은 보험사기범의 표적이 됩니다'라는 안내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범죄행위다. 최근 들어 SNS를 통해 중학생 등 어린 학생도 보험범죄 유혹에 노출돼 잠재적 범죄자가 지속적으로 양산되는 현상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보험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시민들은 교통 법규를 준수하는 동시에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어린 학생을 범죄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힘이 들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사건 처리를 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9만3천명, 적발 금액은 8천800억원에 이른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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