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지치고 혼자라고 느낄 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

  • 윤용섭
  • |
  • 입력 2020-12-18   |  발행일 2020-12-18 제39면   |  수정 2020-12-18
꿈을 포기하고 가족 돌봐야 하는 장남의 의무감
평범한 일상속 사랑·기쁨·우애·다툼·화해 담아

2020121301000409300016711

일어나 걸어가라.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갖고, 운명 속의 비극적인 일들을 거부하고, 불행을 무시하라. 갈등이 있다면 웃음으로 풀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져라. 그리고 당신의 길을 떠나라. 안나 가발다의 베스트셀러 단편집을 영화화한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극 중 대사를 빌려 자기답게 살기를 강조한다. 힘들고 지치거나 혼자라고 느낄 때, 분명 누군가 어디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따뜻한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와 함께다.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해 4남매의 장남으로 동생들을 보살펴온 장피에르(장 폴 루브). 유산으로 인한 상실감을 겪고 있는 작가 지망생 둘째 쥘리에트(앨리스 태그리오니), 소심한 성격의 셋째 마티유(벤자민 라베른헤), 그리고 사진작가를 꿈꾸는 막내 마고(카밀 로우)에게 정신적·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다. 하지만 장피에르는 언제부턴가 인생 한 구석이 비어있는 것처럼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가 배우로 활동 중인 옛 연인 헬레나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는다. 과거 배우를 꿈꾸며 연극 무대에서 함께 공연했던 두 사람은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사라져 버린 꿈과 사랑을 마주한다. 한편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모인 가족 모임에서 장피에르는 동생들과 말다툼을 벌이게 되고, 이로 인한 작은 균열이 모두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한 가족의 아들과 딸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출발한 영화는 점차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이야기로 짜임새 있게 담겼다. 사실 이들의 이야기가 특별할 건 없다. 나 혹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 속 사랑과 우애, 기쁨과 슬픔, 다툼과 화해 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 이야기는 장피에르의 극단적인 선택을 기점으로 상실과 치유, 연대에 대한 드라마로 확장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남에게 부여된 희생과 책임감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한때 배우를 꿈꿨던 장피에르가 세일즈맨의 삶을 사는 것 역시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가족에 대한 희생과 지원을 묵묵히 감내해왔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존재감은 더욱 희미해졌다. 그래서일까. 동생들과 다툰 후 카페의 어두운 조명 아래 홀로 앉아 있는 장피에르의 모습이 더욱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진다. 진지함과 가벼움의 유연한 배치로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는 장 폴 루브의 절제된 감정 연기와 만나 더욱 빛을 발했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