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인프라가 경쟁력인 시대

  • 박진관
  • |
  • 입력 2020-12-23   |  발행일 2020-12-23 제30면   |  수정 2020-12-23
푸스카스상 수상한 손흥민
트로트경연 만점 미국 소녀
최고의 환경 찾아 성장 발전
글로벌시대 개인·기업 유치
더 나은 인프라 머리 짜내야

2020122201000752700031201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며칠 전 손흥민이 푸스카스상을 수상하였다는 뉴스가 있었다. 세계축구협회가 손흥민의 골을 일 년 중 전 세계 최고의 골로 선정한 것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손흥민이 힘든 시기 우리 국민을 또 한 번 행복하게 해주었다. 한편 지난주 '마리아'라는 소녀가 한 트로트 경연대회에서 놀라운 노래 솜씨로 만점을 받고 본선에 진출하는 것을 보았다. 미국 출신으로 K팝에 빠져서 2년 전 한국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손흥민과 마리아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기 위해서 최고의 환경을 찾아 집을 떠난 용기 있는 젊은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얼마 전에는 수도권에 새로이 건설된 아파트 단지를 방문하였는데,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 익숙한 내겐 신천지 같았다. 모든 차들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 있고 옥외는 수목과 연못으로 조경이 잘 되어 있었으며 모든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축구를 하면서 맘껏 뛰놀고 있었다. 왜 젊은 부부들이 새 아파트 단지를 선호하는지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은 직장에서 좀 떨어져 있어도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맞는 주거 환경을 찾고 있다.

'발에 의한 선택'이라는 말이 규제이론에 있다. 개인이나 기업은 환경을 스스로 만들 수 없으므로 자신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발로 찾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2천500여 년 전에 아들의 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한 맹자 어머니의 선택과 같다. 글로벌 시대에 거주와 이전의 자유가 주어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자식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는 손흥민의 아버지와 같은 부모들을 막을 수 없다. 또한 K팝의 진수를 배우기 위해서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도 막을 수 없다.

요즈음 정부를 보면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부동산 정책을 예를 들어 보자. 아파트 가격 상승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원하는 국민이 많기 때문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런 아파트의 공급을 촉진하지는 않고 수요만 억제하는 정책들만 만들어내고 있다.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니 당연히 가격이 오르고 집 한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높아진 보유세 때문에, 그리고 마땅한 집 한 채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좌절감에 빠져서 모두 불행해지고 있다. 기업과 관련해서는 경영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 입법을 하고 있어서 점점 더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는 더 많은 기업을 기업하기 좋은 외국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고 결국에는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기업들에는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보다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주민들에게는 단순히 먹고살 공간이 아닌 보육, 교육, 보건, 안전, 여가 등을 배려한 국민소득 3만달러에 맞는 주거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전 세계가 더 살기 좋은 곳, 그리고 더 기업하기 좋은 곳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을 하고 있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가려는 개인과 기업을 동물원 같은 곳에 가두어 놓을 수도 족쇄를 채우거나 묶어 놓을 수도 없다. 이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글로벌 시대에 능력 있는 개인과 경쟁력 있는 기업이 우리나라와 우리 지역으로 올 수 있도록 더 나은 인프라를 만들어주기 위해 머리를 짜내야 할 때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