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나는 파도에서 넘어지며 인생을 배웠다 (캐런 리날디 지음, 갤리온·2020.9·284면·15,000원)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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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2   |  발행일 2021-01-22 제38면   |  수정 2021-01-22
실패투성이인 자신을 인정하면 실패가 전혀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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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달에 한 번쯤 서점에 들러 그달에 읽을 책을 산다. 물론 서점에 가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신간을 미리 검토하고 살 만한 책의 줄거리를 대충 읽고 간다. 그래야 시간이 절약된다. 그렇지만 몇 권의 책을 사는데 보통 2시간 이상이 걸리는 이유는 서점에 서서 여러 권의 책을 공짜로 읽고 오기 때문이다. 끝까지 차근히 읽고 싶은 책만 정선해 구입한다. '나는 파도에서 넘어지며 인생을 배웠다'라는 긴 제목의 이 책을 집어 들고 나는 몇 번이나 놓았다가 다시 들기를 반복했다. 책 한 권을 사는데도 '살까 말까' 망설이듯이, 나는 매사에 소극적인 성향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저자 캐런 리날디의 끝없는 도전정신에 감동과 존경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서핑을 시작한 것은 바다가 지독히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바다에 대한 내재된 공포, 예컨대 바다의 파도나 바다의 수면 아래로 헤엄치는 행위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까지는 30년이 걸렸다." 실제로 저자는 운동에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가 진짜로 첫 파도를 탄 것은 서핑 수업을 받은 이후 5년 만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먼저 완벽주의를 포기했다. 완벽주의자들은 늘 좌절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무엇을 하든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방어벽이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무수히 파도에서 쓰러지며 때로는 다쳐가면서 다시 일어서서 파도를 탔다. 심지어 그녀는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 직전 2주 동안의 휴식기에도 서핑에 도전했다. 그녀는 특히 '못하는 일'에 도전할 것을 권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못하는 일을 하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접게 된다. 서핑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문은 서핑 챔피언이자 전설의 서퍼인 미짓 패럴리의 사진에 적힌 '복종이 복종을 지배한다'라는 문구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실패투성이인 자신을 인정하면 실패가 전혀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 가치는 이 실패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들의 시선에 지배되지 말라고 권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대중이 자신을 봐주기를 바라는 열망과 사생활을 지키고 싶은 바람 사이에 갇혀 있다. 타인이 눌러주는 '좋아요'와 '멋지다'는 공허한 말들. 우리는 이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계속 글과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른다. 실패투성이인 우리는 그 자체로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언제든 원하기만 하면 연습하라. 이런 일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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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또 미래에 일어날 '만약에'라는 걱정을 버리라고 말한다. "미래는 예측할 수 있는 곧은 길로 펼쳐져 있지 않다. 온갖 장애물과 구불구불한 길로 뒤덮여 있다. 앞에 놓인 모든 순간에 반응하며 미래로 가는 길이 만들어진다." 그러니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파도 위에서 서핑 보드가 균형을 잡듯이.

하퍼콜린스의 편집장인 저자 캐런은 코스타리카의 해변에서 파도를 타면서 자신이 '잘 못하는 일'로서 도전할 새로운 목표를 찾고 있다면서 '노래 수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런 저자가 무척 존경스럽다. 나는 지금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남의 시선 때문에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새해엔 나도 용기를 내 하고 싶은 일을 과감히 시도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이가 한 살 더 많아졌으니 도전할 기회도 그만큼 줄어든 것이 아닌가.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사)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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