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상호(대구대 총장)...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를 보는 총장의 시각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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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16 12:05  |  수정 2021-01-17 14:49  |  발행일 2021-01-18 제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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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대구대 총장

한동안 우리나라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북극 한파가 물러갔다. 하지만 그와 함께 대학가에 불어 닥친 학령인구 급감의 찬바람은 그대로다. 대학의 위기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예상되었고, 대학은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교육투자를 확대해서 교육의 질과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취업을 보장하기 위해 학과를 구조 조정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많지 않다. 따라서 주어진 현실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이 모든 상황과 향후 진로를 오롯이 대학 혼자서 껴안고 가는 게 맞을까? 이건 우리 아이들의 장래와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대한민국에서 고등교육은 특혜가 아니고 보편적 복지가 된지 오래다. 인재가 자원인 나라, 국가경쟁력인 나라에서 그 모든 문제를 대학에만 맡기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면 그 피해가 종국에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가르치기가 더 어렵고, 비용도 더 많이 든다는 사실을 교육당국은 아는가? 안다면 왜 그 일을 감당하고 있는 전국에 산재한 작은 대학들을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불이익을 주려 하는가? 평가는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에 대한 교육환경, 교육의 질, 교육비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 


이제는 언론과 국민이 목소리를 낼 때다. 물론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문제는 또 다른 입학자원의 개발과 확보로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경제발전과 그에 따른 고등교육의 폭발적인 수요증가는 우리에겐 기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총장들은 코로나상황이 종식되기 무섭게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이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테니 대구경북지역의 총장들만이라도 각자 뛰기보다는 나눠 뛰기를 제안한다. 그 와중에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북한 유학생들이 대거 몰려오는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더 할 나위 없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경제발전을 위해 남북교류기금과 장학기금이 크게 쓰일 것이다.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언젠가 다가올 그날을 위해 필자는 이제 소속 대학의 구성원을 설득하고,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두고자 한다.


대구경북지역의 대학만이라도 이제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협력해서 각자의 색깔과 존재가치를 분명히 하고, 세계의 학생들을 따뜻하게 품을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그들이라고 어찌 서울이 싫고 부산이 싫겠는가. 정성이건 신뢰건 우리지역의 차별화된 문화와 전략이 미리, 그리고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지고 빛나야 한다. 대학이 양적으로 팽창하던 시절은 가고, 상생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뿐이다. 그 출발선상에서 더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작은 대학의 입장을 더 많이 고려하고 배려해야 한다. 가진 자가 더 탐욕스럽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광역 및 기초 지자체는 지역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의 교통 편의성을 개선하고, 문화 접근성을 확대하는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기 바란다. 인구가 경쟁력인 세상이다. 필자는 이번 정시지원결과를 통해 코로나국면을 거친 입시생들이 잘 가르치는 대학보다 교통이 편리하고, 그들이 향유할 청년문화가 발달한 곳에 위치한 대학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소위 대학도시라는 경산을 보자. 대학이 10개나 된다고 자랑하는 말은 들었지만, 고유한 대학문화가 존재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경일대와 호산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영남신학대, 대경대, 대구한의대, 영남대, 대신대 캠퍼스를 관통하는 모노레일 순환선부터 건설하자. 그 가운데 지점에 2만 명 정도의 대학생을 수용하는 기숙사촌을 짓고, 각 대학을 순회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것은 차선책이다. 이상적인 공유대학의 모델이 학생들의 행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성될 것이다. 그간 괄목할만한 성과를 낸 지역대학의 총장이나 도시개발경험이 풍부한 행정가, 또는 유망한 정치인이 그 일을 추진하면 좋겠다. 그만큼 특별한 자리이고, 기회라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이 필자만은 아니기 바란다.
김상호<대구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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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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