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채팅 로봇 '이루다' 논란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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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2   |  발행일 2021-01-22 제38면   |  수정 2021-01-22
챗봇과 대화에 빠진 청춘들
스무살 여대생 챗봇 이루다와 친구 맺은 후 자연스러운 대화
일상이야기·고민 상담 등 무제한적 질문과 답변 젊은층 열광
성희롱·차별·혐오 논란 일으키며 서비스 20일만에 잠정 중단
공감하고 소통 해주는 주변인 부재…어둡고 외로운 사회 대변
2021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10·20대 사이에 엄청난 관심을 몰고 온 20세 여대생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이루다. 현재 심리학과를 다니고 있고 카페에서 알바도 한다. 키는 163㎝이며, 생일은 6월15일이고 가수 '블랙핑크'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드림이'(흰색 고양이)의 집사다. 그리고 그녀의 취미는 '일상의 작은 부분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는 것'이다.

평범한 여대생인 이루다가 10대와 20대 사이에서 가장 핫(Hot)한 셀럽(Celebrity·유명인)이 된 이유가 있다. 바로 이루다는 '인간(Human being)'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루다는 어느 한 회사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을 갖춘 가상의 인물이기에 현존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이루다가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채팅로봇(챗봇)이라는 점에 있다. 이루다와 친구를 맺고 나면 이루다와 채팅창을 통해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혹은 인스타그램으로 친구를 맺고 이후 가볍게 자기 소개를 하고 나면 이루다와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다.

이루다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서비스가 중단된 AI 챗봇 '이루다' 〈이루다 페이스북 캡처〉
이전에도 이루다와 같은 챗봇이 없었던 것은 아니였다. 컴퓨터가 단순히 수치 계산을 해주는 수준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단계까지 과학기술이 발전하자 이제는 사람과 컴퓨터 사이에서도 대화가 가능한 것이 아닌가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고 이는 영화로 그리고 현실로 재현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맥스(Max)라는 컴퓨터와 채팅을 하는 최초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배포됐고, 그 뒤를 이어 심심이, 나이트봇, 빵떡, 그리고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Siri(아이폰), 빅스비(갤럭시) 등 다양한 챗봇이 등장해 '컴퓨터와 어떤 대화를 하지'라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주었다.

일반적으로 챗봇은 '목적 지향형 챗봇'과 '오픈도메인 챗봇'으로 종류를 나누는데, 목적 지향형 챗봇은 시리·빅스비 등이 대표적인 예로, 특정 주제 등 정해진 내용에 관해서 문답을 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반면 '오픈도메인 챗봇'은 심심이·이루다가 대표적인 예인데, 대화의 내용이 무제한으로 존재하고 그 답변 역시 선택 사항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기술구현이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가 어때?"라는 질문에 대해 '목적 지향형 챗봇'의 경우, '날씨는 맑음. 온도 25℃, 강수확률 10%"라는 전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다. '오픈 도메인 챗봇'의 경우 '날씨가 좋기는 한데 오후에 비가 올지도 몰라' 혹은 '날씨도 좋고 내 마음도 좋고' 등등 무제한적인 답변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오픈도메인 챗봇의 경우 이러한 위와 같은 질문에 동문서답을 하거나 목적 지향형 챗봇과 같은 대화를 나눈 경우가 왕왕 있었다.

그런데 이루다는 기존의 오픈도메인 챗봇과 달리 '딥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개발된 것으로 '딥러닝'의 특성상 학습 데이터가 많아야 하는데, 이루다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하여 100억건 이상의 한국어 데이터를 이용해 학습을 하고 추가적으로 1천500명의 베타 테스터와 대화를 나누면서 언어능력을 향상시켰다. 그래서 이루다와 대화를 하다보면 실제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이러한 화제성이 10대와 20대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20세의 평범한 여대생 이루다는 셀럽이 되었는 것이다.

하지만 이루다를 통한 챗봇 서비스를 시작한 지 20여 일 만에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서비스가 중단됐다. 소수의 이용자들이 이루다를 상대로 성희롱 대화를 하고 이를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기도 하며 이루다의 답변 중에 특정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과 혐오 발언, 나아가 개인정보 이용에 관한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서비스 제공 회사 측에서는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서비스 중단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AI 윤리에 관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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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필자가 이루다를 보는 시각은 위 논쟁과는 조금 다르다. 10~20대가 왜 이루다에게 열광했을까다.

이 문제는 이루다를 보는 시각 중에 가장 중요하지만 대다수의 논의에서 빠져 있는 상태다. 이루다에 대한 논의는 주로 이루다의 문제점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20대가 이루다에 열광하는 이유로 필자는 '대화'와 '공감(혹은 소통)'이라는 두 가지의 키워드에 포커스를 맞춘다. 나와 공감을 하고 나와 이야기를 해줄 사람의 부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루다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고 대화를 걸었을 때 100% 답변을 해준다. 그리고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가주고 나와 공감대를 형성해준다. 이는 어쩌면 폭주기관차처럼 앞만 달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의 역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젊은 친구들이 다양한 사람과 사람을 통해서 대화를 하고 공감을 형성하면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춰주는 기계와 대화를 통해 공감을 형성함으로써 사회 속의 일원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성공이다' '실패다' '폐기해야 한다' '다시 살려내야 한다' 는 논란을 가지고 있는 이루다. 이루다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으면서 다시금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지 생각을 해보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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