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태의 제3의 눈] 코로나19에 발목 잡힌 태국 관광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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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22   |  발행일 2021-01-22 제22면   |  수정 2021-01-22
태국 관광업계 신음 열 달째
치앙마이는 유령도시 전락
비자 면제 부양책도 무위로
확진자마저 급격히 늘어나
백신에 기대 걸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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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분쟁 전문기자

해마다 이맘때면 비자에다 노동허가증에다 외신기자증 갱신 탓에 몸도 맘도 지친다. 외신기자들의 외신 등록 날짜도 저마다 다른데, 나는 하필 새해 들머리에 걸려 가뜩이나 바쁜 연말연시에 늘 애를 먹는다. 외무부 홍보국 승인을 받아야 할 갖가지 문서와 서류에 치이다 보면 속은 천불이 난다. 엎친 데 덮친다고, 오랜만에 여권을 들춰보고는 심사가 더 복잡해졌다. 마지막 찍힌 여행 기록이 지난해 3월 캄보디아였고, 해마다 두서너 번 찍는 서울행도 1년 넘게 기록이 없었다. 그사이 이란,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취재 계획이 줄줄이 밀릴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던 게 여권을 보면서 코로나바이러스란 놈이 끼친 패악질을 실감한 탓이다.

새해 들머리부터 신세 타령을 한 꼴인데, 실은 코로나19에 발목 잡혀 내남없이 겪는 여행 제한을 말하고 싶었다. 특히 나는 관광산업에 목맨 태국에 살다 보니 살갗으로 느끼는 심각함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곳 관광산업은 이미 까무러쳤다. 정부도 업계도 죽는소리를 낸 지 벌써 열 달째다. 언론은 날마다 숨넘어가는 관광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사람들은 먹고살기 힘들다고 이만저만 불만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태국 국내총생산에서 관광산업이 거의 20%를 차지할 만큼 큰 몫인 데다 현금작물 노릇까지 해왔으니.

예컨대 2019년 태국을 찾은 관광객 4천만명이 뿌린 돈만도 600억달러, 우리 돈 66조원에 이른다. 그게 지난해 바이러스 탓에 670만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관광객 83% 격감, 이건 2020년 마이너스 6%로 고꾸라진 이곳 경제 지표의 상징이었다.

그러니 지난해 내내 '경제'와 '보건'을 놓고 사회 전체가 거센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호텔, 항공사, 여행사 같은 업체도 있지만, 당장 관광산업에 밥줄이 달린 노동자 450만명이 큰일이다. 이들은 태국 전체 노동인구의 12%를 웃돈다. 그 가운데 이미 30% 넘는 이들이 직장을 잃었고 거의 모두가 월급이 깎였거나 무급 휴직 상태다. 정부가 쏟아내는 샐닢 지원금은 간에 기별도 안 간다. 실제 내가 사는 치앙마이가 좋은 본보기다. 한 해 관광객 300만명으로 먹고사는 이곳은 요즘 텅 빈 유령도시다. 사람들은 "바이러스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우스개가 아니다.

바이러스를 놓고 보면 태국은 지난해 12월 초까지만 해도 확진자 4천여명으로 선방했다. 그러자 태국정부는 11월 들어 270일짜리 특별비자 프로그램에 이어 12월 초 56개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거푸 내놓으며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4분기 총 관광객 추산도 5만명 남짓으로 전년 대비 99.5% 격감했다. 백약이 무효라고, 격리 2주가 있는 한 어떤 관광정책도 약발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내가 서울 출장 엄두를 못 내듯이 오며가며 두 나라에서 각각 2주씩, 그러니까 기껏 며칠 태국관광에 한 달 격리를 감당할 만한 관광객이 흔치 않은 까닭이다. 태국정부는 격리를 2주에서 10일로 줄일까를 놓고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그러던 가운데 12월부터 한 달 사이에 확진자가 1만2천명으로 불어나면서 찬물을 끼얹고 말았지만. 결국 태국 관광산업도 백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 효능과 공급을 놓고 여전히 온 세상이 헷갈려 태국정부가 내건 올 관광객 550만명 목표도 아득하기만 하다. 그렇더라도 희망마저 접을 순 없다. 올해는 태국관광도 깨어나고 우리 모두가 꿈꾼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국제분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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