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설과 코로나19

  • 박진관
  • |
  • 입력 2021-02-17 07:51  |  수정 2021-02-17 07:57  |  발행일 2021-02-17 제18면

2021021601000540600021751
김민수〈극작가〉

설 연휴가 끝났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로 '극히 단조롭고' '극히 소극적인' 분위기 속에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러한 '간략한' 설에 만족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예년의 설이 오히려 괴로웠던 것이다.

이런 우리 설의 유래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긴 세월 동안 여러 부침을 겪었지만 현재에도 설은 추석과 더불어 양대 명절로서 위상만큼은 견고하다.

어쨌든 잔치는 잔치였다. 그래서 오늘은 '잔치'와 관련한 작품을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라 불리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그것이다. 흔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4대 비극이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당 작품 역시 다양한 장르로 진화하여 오늘날에도 우리에게 소개되고 있다.

작품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밥티스타에게는 성격이 거친 큰딸 카타리나가 있다. 그녀의 그런 성격 때문에 결혼을 원하는 남자들은 없다. 그러던 차 페트루치오가 그녀에게 접근해오고 그는 카타리나보다 더 '진상짓'으로 그녀를 길들인다. 마침내 극의 마지막에 그녀, 카타리나는 어쩌면 가장 순종적인 여인이 되어 남편 페트루치오의 부름에 반응한다. 이상의 이야기를 셰익스피어는 '화려한 대사'와 '흥미진진한 상황'을 통해 당대부터 현재까지 많은 이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화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을 즐겁게 했다'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커간다. 왜냐면 작품에는 결혼이라는 '잔치'보다는 가부장적 모습, 평등하지 않은 남녀관계 등 오늘의 관점에서는 비판적으로 볼 부분도 적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쓰인 시대 배경을 내려놓고 보면 말이다.

필자는 그와 관련한 어느 연결 지점에선 '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서두에 언급했듯 최근 명절 자체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설은 우리가 지키고 계승해야 할 민족의 '잔치'다. 그렇다면 그 존속을 위해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수정'되어야 할 지점들이 분명 있고, 코로나19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페스트가 끝난 후 르네상스 시대가 찾아왔다. 또 하나의 역병이 끝나면 우리는 새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그에 맞춰 잔치는 진일보해야 한다. 관객 없는 연극이 없듯, 즐기는 사람 없는 잔치는 있을 수 없으니. 김민수〈극작가〉

기자 이미지

박진관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