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정치 팬덤의 위력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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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6   |  발행일 2021-02-26 제23면   |  수정 2021-02-26

정치 팬덤은 정치인들에게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정치 상황에 따라 사라지거나 소생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따르던 노빠는 문재인 대통령을 철통옹위하는 문빠로 환생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 팬덤인 박사모는 박 전 대통령의 수감과 함께 그 자취가 희미해지고 있다. 현재 가장 맹위를 떨치고 있는 정치 팬덤은 누가 뭐라고 해도 문빠(일명 대깨문)다. 강성 친문 집단인 이들은 국정의 곳곳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키기,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법관 탄핵주장 등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엔 전직 두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율 하락을 견인하는 치명상을 입혔다. 정치 팬덤의 힘의 근원은 그들만의 단결력에서 나온다. 전쟁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선 수많은 군사보다는 소수 정예의 돌격대가 중요하다. 문빠는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친정권의 최정예 전사(戰士)들이다. 이들은 지금도 댓글을 통해 가공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광화문으로 뛰쳐나와 촛불을 들 태세를 갖추고 있다. 대권을 잡으려는 정치인들에게 문빠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세력이다. 여권 잠룡들이 문빠를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이들의 여론을 외면하지 못한다.

문빠는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는데도 적극적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 잠룡들 간에 문빠를 활용해 경쟁자를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낙연 대표와 임종석 전 비서실장, 정세균 총리, 김경수 도지사 등이 기본소득 보편 지급 문제를 놓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협공하고 있다. 이들에겐 이 도지사가 대권을 잡으면 숙청당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만약 잠룡들 간의 혈투에서 이 도지사가 축출당하면 다음 타깃은 이낙연 대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적통과 퇴임 이후 안전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신호와 문빠의 동조에 따라 얼마든지 새 인물이 등장할 수 있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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