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학교폭력 폭로 계기로 일반인도 '학폭 미투' 잇따라...법적 처벌은 어려워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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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2-24 16:14  |  수정 2021-02-24 16:21  |  발행일 2021-02-25 제6면

"대구가 좁다 보니 누구에게 이야기도 하지 못하고 살았는데, 최근 '학폭, 학폭' 하니 처음으로 이야기해보네요. 치마통을 줄이고 주름 박았다는 이유로 중학교 수련회에서 일진 무리에게 맞았는데, 20년 넘도록 잊히지 않네요. 억울해 근황을 찾아봤더니 아이 낳고 잘 살더라고요." 대구지역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최근 프로스포츠 '학폭 미투'를 계기로 일반 시민들도 학폭 경험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서 학폭 피해자의 상처를 아물게 할 방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법조계는 졸업한 지 한참 지난 시점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사실상 힘들다고 보고 있다. 증거 확보가 힘든 탓에 수사의 한계가 있고, 공소시효도 문제다. 현행법상 폭행·모욕죄의 공소시효는 5년, 협박죄는 3년이다. 또 14세 미만 형사미성년자는 촉법소년에 해당해 폭력 행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김혜현 변호사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성인이 되고 나서 학폭 미투가 발생하면, 결국 형사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폭행죄나 모욕죄 등으로 가해자가 처벌받기는 쉽지 않다. 공소시효가 남아있다 하더라도 피해자 진술 이외엔 증거가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라고 말했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도 승소하기 어렵다.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마찬가지다.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 해도, '증거 확보'라는 현실적 문제로 형사고소를 함께 진행해야 그나마 승산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자들은 법적 대응보다 대중 매체를 통한 폭로에 무게를 두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과거의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건 현재 행위이기 때문에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성립할 우려가 있다"라며 "억울한 분들이 용기를 내어 사회 분위기가 바뀌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장 용기를 낸 피해자가 역고소당해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사전·사후 관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윤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예전보다 학교 폭력과 관련한 법적 규정은 꽤 정비가 됐다. 학폭이 일어나면 규정에 따라 봉사명령, 전학명령, 학급교체 등 조치는 잘 이뤄진다"라면서 "다만,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피해자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조처는 아직 미흡하다. 피해 학생의 경우 상담 이후에도 마음의 상처가 아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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