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직계존비속 개인정보 제공동의서 받을 수 있을까' 대구시 공직자 투기의혹 조사 실효성 의문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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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8 16:03  |  수정 2021-04-09 07:20  |  발행일 2021-04-09 제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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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의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8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구·군 합동조사단(이하 합동조사단)은 지난 3월15일부터 이달 5일까지 대구시청과 8개 구·군, 대구도시공사 임직원 1만5천408명을 대상으로 지역 내 12개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지구 투기 의혹을 조사했다.

합동조사단은 투기 의심 정황이 있는 공직자 4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의혹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동조사단은 현직 공직자들의 취득세 납부자료를 활용해 토지 소유 및 거래내역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투기 의심 사례를 적발했다. 문제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거래를 하는 '차명 투기'를 걸러낼 수 없다는 점이다.

시는 2차 조사에서 5급 이상 공무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조사대상자들의 신분이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 제공동의서를 받지 못하면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 현재 합동조사단이 2차 조사대상자로 추산하고 있는 인원은 6천200여명으로 사전에 개인정보 제공동의서를 받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아닌 제 3자의 명의를 빌렸을 경우 조사가 불가능하다는 맹점도 있다.

조사 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대학생 최모(23)씨는 "LH 사태 조사와 마찬가지로 조사 대상에 비해 적발 건수가 적고 이마저도 최종적으로 무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차명 투자를 검열하지 못했고 앞으로 인과성도 증명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보여주기식 조사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자체적인 감사로는 투기를 적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들은 법에 따라 동의 없이 조사를 진행했지만, 그외 가족이나 친지들은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대구시가 이번에 수사 의뢰한 4명 중 2명은 이미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고 조사에서 새롭게 밝혀낸 대상자는 2명에 불과하다. 차명 투기를 적발할 수 없어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원칙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고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합동조사단 단장)은 "배우자, 직계존비속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에 대해 충분히 소명을 해야 할 것"이라며 "대구시는 1차 조사에서 현직 공무원, 2차에서는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 불법투기 정황이 의심되는 사례는 수사의뢰를 하고 관련 공직자는 징계를 내려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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