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자살 예방은 국가 책임

  • 최연숙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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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19   |  발행일 2021-04-19 제25면   |  수정 2021-04-1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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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숙 국회의원 (국민의당)

지난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가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6년은 77만명, 2018년은 89만명으로 코로나19가 발생되기 전부터 우울증 환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울증 증가와 함께 살펴봐야 할 지표가 있다. 바로 자살률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0 보고서'에 의하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017년 24.3명, 2018년 26.6명, 2019년 26.9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자살자 수는 1만3천799명이다. 하루 평균 37.8명으로 38분마다 1명씩 자살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2019년 인구당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로 OECD 국가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2003년부터 2019년까지 2017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OECD 국가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자살률은 사회적인 급격한 변동이나 불안정성이 증가할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의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살 생각 비율이 2018년 4.7%에서 지난해 13.8%로 증가했다.

지난주 주한 덴마크 대사와 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덴마크는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가 1980년 기준 38명에 이를 만큼 굉장히 높았지만 2015년에는 9.4명에 불과할 만큼 크게 감소했다. 이렇게 바뀐 데는 덴마크 전역 20곳에 설치돼 있는 국립 자살 클리닉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국가의 가장 큰 역할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다. 덴마크의 경우처럼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는 2004년 제1차 자살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해 자살예방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1년에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제정됐고, 이후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자살예방센터가 설치됐다. 2018년에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이 수립되고, 보건복지부 내에 자살예방정책과가 설치됐다. 그러나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십수 년째 벗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에 제2차 정신건강복지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살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등 자살 예방 인프라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자살률을 현재 인구 10만명당 26.9명에서 앞으로 5년간 21.5명으로 낮추겠다는 목표지만, 이 목표는 2022년까지 17명으로 줄이겠다고 한 2018년의 목표보다도 훨씬 후퇴한 것이다.

비슷비슷한 정책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자살률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노력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자살 예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 대한민국이 자살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행복한 나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연숙 <국회의원 (국민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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