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새마을운동을 다시 생각한다

  •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 |
  • 입력 2021-05-07   |  발행일 2021-05-07 제22면   |  수정 2021-05-07 07:24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
번영의 기반인 '새마을운동'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희망
불러일으킨 정신혁명운동
미래도약 위해 새롭게 요구

2021050601000169700006391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1979년 2월 박사학위를 마친 필자는 서울의 모 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뒤 첫 학기를 마치자마자 새마을 연수를 받은 경험이 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로 시작되는 새마을 노래가 앰프를 통해 연수원 전체에 힘차게 울려 퍼지면 모두 기상하여 줄지어 구보하며 새벽을 깨우던 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는 온 국민이 '하면 된다(can do spirit)'라는 신념과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 정신으로 무장하여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보려는 열망으로 충만하였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지금 새마을운동에 대한 기억과 정신은 대부분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고 그 정신을 기억하고 이어가려는 소수의 노력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을 주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마을운동이 크게 변질되고 약화되었지만 오늘의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와 경제번영의 기반이 당시 우리의 가슴속에 심어졌던 새마을정신의 결과물임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은 개발도상국을 비롯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UN에서도 이스라엘의 키부츠 운동, 덴마크의 달 가스 운동과 함께 새마을운동을 성공적인 농민운동으로 꼽았고 그중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였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활발하게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

첫째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 새마을운동 당시 우리나라는 농민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통적인 농업사회였고 소득 100달러 수준의 후진국이었으나 지금은 4차산업혁명으로 가는 소득 3만달러 수준의 산업 국가이다. 따라서 초일류 산업사회를 사는 오늘의 우리에겐 그다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새마을운동에 대한 오해다. 많은 사람들이 박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새마을 정책을 정부 주도적이었기에 비민주적이고 자원배분을 왜곡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은 마을공동체 단위의 공동이익에 부합한 사업을 중심으로 하여 대부분 민주적으로 추진되었으며 새마을 정책은 차별적 지원정책이자 시장친화적인 정책이었다. 즉 경쟁 원리에 근거하여 성과가 있는 사업에만 지원을 차별화하므로 성공할 수가 있었다.

셋째 새마을운동은 소득증대사업으로 시작하였지만, 이것의 요체는 범국민적 정신혁명운동이라 할 수 있다. 소득증대라는 작은 성공체험들을 축적함으로써 '하면 된다'라는 강력한 자신감과 희망을 불러일으킨 후 올바른 정신을 강조하는 운동으로 바뀌어 갔다.

현재 우리는 소득 3만달러를 구가하는 시대를 살면서도 부도덕과 불공정의 난무 속에 점점 희망과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미래를 향한 더 나은 도약을 위해 우리를 일으켜줄 강력한 정신이 새롭게 필요한 시점이다. 이때야말로 '상생과 협력으로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이념 하에 '부지런하고 성실히 일하면 잘살 수 있는 사회, 신뢰가 있고 정의가 살아있고 부정과 부패가 없는 밝은 사회, 자신을 알고 자기위치를 지키며 자기의 일을 책임 있게 감당하는 사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체 발전에 참여하며 진정한 협력을 이루어 가는 사회'를 만들자고 외치는 새마을운동의 기본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 같다.
이영세 전 대구사이버대 총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