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 이용한 치매 진단·치료…"향으로 뇌 인지기능 회복시켜 치매 증상 개선"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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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1 07:58  |  수정 2021-06-01 08:03  |  발행일 2021-06-01 제17면
국내 치매 환자 80만명…10년새 4배나 늘어
임상실험서 알츠하이머 향치료 가능성 확인
최근 향이 몸·마음에 미치는 영향 속속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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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대 박찬익 교수

"외국에서는 이미 향기를 후각 장애, 치매 선별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별 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죠."

향으로 치매를 진단하고, 더 나아가 치료에 활용가능하도록 연구 중인 박찬익 대구 한의대 아로마약리학 전공 주임교수는 31일 이렇게 말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에서 학사·석사학위를, 화학생물공학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박 교수는 LG생활건강 화장품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향기를 다루는 '아로마약리학'을 4년제 대학 전공과정으로 최초 개설, 현재 대구한의대에 재직 중이다. 박 교수는 "외국에서 이미 치매 진단과 치료에 향을 사용하고 있지만, 외국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그대로 국내에 도입할 경우 그 향기 자체를 몰라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면서 "이에 한국형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환자는 최근 10년간 약 4배로 늘어났고, 65세 이상에서는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치매로 진료받은 수진자(환자) 수는 79만9천명으로 2009년(18만8천명)과 비교해 4배 이상으로 증가(연평균 증가율 16%)했고, 진료비는 2조430억원, 원외처방약제비는 3천199억원에 달했다. 환자의 성별을 보면 여성이 56만5천40명으로 남성(23만4천226명)의 2.4배 수준이었다. 연령별로 보면 85세 이상이 22만780명, 80∼84세 20만6천488명, 75∼79세 17만6천324명 등의 순으로 많았다. 특히 60세 미만에서도 치매환자가 꾸준히 증가해 예방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2019년 40세 미만 치매환자는 1천151명으로 연평균 4% 증가했고, 40∼59세는 3만5천608명으로 연평균 15% 늘었다. 또 치매 전 단계의 고위험군 상태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27만6천명으로 2009년(1만5천명)의 18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어떻게 향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개선하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인간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리면 후각신경부터 이상이 발생하고, 기억과 학습 등에 영향을 미치는 해마, 감정에 영향을 주는 편도체, 대뇌까지 손상이 되면서 병세가 심해진다. 그런데 치매로 손상되는 기관은 우리가 향을 인지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기관과 비슷해 우리가 향을 맡으면 후각을 통해 뇌 변연계까지 전기적 신호로 전달되는 만큼 '향을 통해 후각을 활성화하면 치매를 예방하고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동물실험을 진행해 매우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박 교수는 임상 실험도 진행했다.

박 교수는 "현재까지 치매 초기 환자에 대한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향으로 치매 초기 여부를 진단하고 치료에까지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국책연구소 및 국립대병원과의 임상실험을 통해 향기가 뇌의 인지기능을 회복시켜 치매 증상이 완화된다는 사실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 임상실험의 경우 참여 인원 규모가 600~700명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14명밖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비교군(6명)은 증상이 그대로였던 반면 실험 참여군 8명 중에서 2명은 확실히 좋아졌다"면서 "개선된 수가 적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개선 사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임상적으로는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와 함께 임상을 함께 진행한 국립대 교수는 "향 치료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비강 내 유해균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켜 줄 수 있다. 두 군의 인지 및 심리 검사 결과 우울감 등 일부 항목에서 향 치료 후 호전을 보였고, 일부 환자에게서 증상 개선효과가 나타났다. 다만 코로나19로 연구대상자 수가 적었고, 연구기간이 짧아 대조군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내지 않았다. 그런 만큼 향후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서 향 치료의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대상자를 등록해 장기간 관찰하는 연구가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이미 중증 치매 상태가 된 중환자에게는 소용이 없지만 초기, 그리고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경우의 치매환자는 후각 기능이 회복되면서 나아졌다. 그런 만큼 비타민을 챙겨먹는 것처럼 생활습관에서 향을 접하는 문화를 만들면 크게 어렵지 않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박 교수는 향이 치매 예방과 초기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보다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는 일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박 교수는 "향을 통한 치료는 그저 제도권 밖의 민간 요법 영역으로 치부되곤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 향의 인지기작이 규명되어 과학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단순히 '좋다, 나쁘다'라는 것 정도로 평가받던 향이 우리 몸과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속속 밝혀내고 있다"면서 "향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해내고 이 연구결과를 다양한 산업에 접목해서 새로운 향산업 영역을 만들어 낼 경우 지역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국책연구소, 기업 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학자로서 민관연학이 힘을 합쳐 우리나라 향산업 분야, 그리고 이를 통해 치매 극복의 날을 앞당길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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