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원장의 건·다·이(건강한 다이어트 이야기)] 비만약, 알고 제대로 사용하자

  • 주현수 신월성정신건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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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06 07:43  |  수정 2021-07-06 07:45  |  발행일 2021-07-06 제16면
일률적 비만약 처방 탓 부작용 많아
비만은 표면상 드러나는 현상일뿐
기저엔 정신적 문제 숨어있을 수도

주현수_고해상도사진
주현수 원장〈신월성정신건강의학과〉

"두 달 전부터 사람 많은 곳에 가면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서 외출을 하기가 두려워요."

40대 주부 A씨는 가슴 답답함과 호흡곤란, 심한 불안, 곧 죽을 것 같은 공포감으로 병원을 찾았다. 병력을 자세히 들어보면 수년 전부터 불안 장애가 있었다. 하지만 치료는 받지 않고 있었다. 이 환자는 불안 증상으로 평상시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폭식과 과음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 탓에 체중이 증가된 상태였다. 근원적 불안을 잡아야만 폭식과 과음을 줄일 수 있고 체중을 보다 건강하게 감량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체중이 증가된 원인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고 특정 병원에서 수년 동안 펜터민 성분이 포함된 비만약을 처방받았다. 불안 장애가 있는 경우 펜터민과 같은 교감신경흥분제를 복용하면 불안 증상이 악화된다. 이 환자의 경우 그러한 검토 없이 약을 복용해 일시적으로 체중이 감소되는 효과는 봤지만 불안장애는 점차 악화됐고, 약을 중단하면 심한 요요현상을 경험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런 상황이 수차례 반복하는 사이 스트레스는 가중됐다. 반복되는 요요현상으로 두 달 전 같은 병원에서 펜터민이 포함된 비만약을 다시 처방받았고 결국 공황발작까지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어려움으로 병원을 찾았고 불안 장애 치료를 하자 자연스레 폭식과 과음이 줄었다. 교감신경을 흥분시키지 않는 약으로 안전하게 체중감량에 성공했다.

"아내가 나의 외도를 의심해요.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미행한다고 하고 혼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해요."

30대 아내와 살고 있는 남편 B씨는 진료실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성실한 한 집안의 가장이 순식간에 불륜남이 되어버린 탓이다. 병력을 청취해 본 결과 이상 행동을 하는 시점에 아내는 펜터민을 과량 복용 중이었다. 펜터민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과량 복용하면 환청, 망상 등의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향정신성의약품인 만큼 환자의 정신 기능에 따라 적은 용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절한 평가가 선행된 후에 처방을 받아야 한다. 복용 중인 비만약을 중단하고 본원에서 약물 치료를 받자 이전의 아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 여성에게는 자신의 정신 기능에 맞는 다른 계열의 비만약을 처방했고 안전하게 체중감량에 성공할 수 있었다.

"딸 아이가 말이 많아지고 잠을 안 자요. 끊임없이 이상한 얘기를 하고 돈을 물 쓰듯이 쓰고… 마치 이전에 입원했을 때 같은 모습이에요."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를 앓고 있는 20대 여성 C씨의 보호자가 조증이 재발한 딸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양극성 정동장애 약을 꾸준히 복용했는데 증상이 재발한 상황이라고 했다. 유지 약물을 잘 복용한 경우의 재발은 적은 편이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 복용 중인 약이 없는지 확인한 결과 역시 일률적인 비만약 처방을 받아 펜디메트라진 성분의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펜디메트라진은 향정신성의약품이므로 정신 기능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하는 약물이고 중추신경자극제로 양극성 정동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조증이 재발할 수 있다. 양극성 정동장애 치료 약물은 체중증가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많은데,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던 딸이 비만약을 따로 처방받았고 조증에 대한 평가 없이 펜디메트라진을 처방받아 복용한 것. 정신 기능에 대한 적절한 평가 없이 무분별한 약물 처방을 받은 환자는 결국 다시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들의 사례처럼 천편일률적인 비만약을 처방받고 부작용과 요요현상을 호소하는 안타까운 케이스가 많다. 비만은 표면적인 증상일 수 있고 그 기저에는 불면, 불안, 우울 등 보다 근본적인 정신과적인 문제들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건강하게 체중을 줄이고자 할 때는 이러한 정신 기능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및 검사를 통해 체중 증가의 기저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받고 그에 맞는 약의 선택과 적절한 용량의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정신 기능에 합당한 근원적인 치료를 지향하는 비만약 복용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체중을 감량 및 유지시켜 줄 것이고, 나아가 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어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것이다.
주현수 원장〈신월성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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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수 신월성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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