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한의대병원이 들려주는 한방이야기] 안면경련…얼굴떨림, 초기 치료해야 안면비대칭 방지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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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13 07:38  |  수정 2021-07-13 07:42  |  발행일 2021-07-13 제17면
간 상태 안좋을때 스트레스·외부자극으로 발생
심하면 자신감 결여·대인기피증·우울증 등 유발
한약·침치료 시행…보톡스·미세감압술 활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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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44)씨는 최근 눈 아래와 입술 주변이 '파르르' 떨리는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두 번 정도 이런 증상이 있었던 탓에 별다른 불편함은 물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느끼지 않았다. 예전에도 하루이틀 정도 이런 증상을 보이다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주일이 지나도 이런 떨림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체내에 마그네슘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으로 물을 많이 마시고, 마그네슘을 보충해주면 해결된다'는 설명을 듣고 그대로 했지만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겁이 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생활에 불편한 정도라고 생각해 대충 넘겼는데 심할 경우 얼굴 비대칭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놀랐다"고 전했다.

◆얼굴떨림 방치하면 외관상 문제까지

얼굴 떨림은 눈가 또는 입가 근육이 며칠 동안 떨리다 그치는 단순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개선되기는커녕 그 범위가 점점 확대되어 안면 전체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단순한 얼굴 근육의 떨림이 아닌 편측성 안면 경련의 시작일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했다. 안면경련은 7번째 뇌신경인 안면신경의 기능이 항진(亢進)되면서 한쪽의 안면근육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간헐적으로 수축하는 것을 말한다.

대체로 초기에는 눈주변근육에서 경련이 발생, 이후 점점 근육 수축 강도가 강해지고 빈도도 잦아지면서 모든 안면 표정에 관계되는 근육뿐만 아니라 목에 있는 광경근이라는 근육까지 확산되어 경련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경련이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 이상 지속되면서 얼굴의 비대칭이 생기고 굳어지면서 위축이 발생해 외관상의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안면경련은 환자에게 극심한 통증을 주거나 생명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련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탓에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불편을 겪기도 한다. 이런 탓에 상태가 심한 환자에게서는 사회적인 자신감 결여와 대인기피증·우울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런 안면경련환자는 최근 5년 사이에 28%가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나이대별로 보면 40~50대 환자에게서 40%가량 발생하는 등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40대 이상에서 개선되지 않는 지속적인 얼굴 떨림이 발생할 경우 초기에 전문기관을 찾아 적절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전문의들은 전했다.

안면경련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는 안면신경 마비로 인한 후유증, 뇌종양, 안면신경을 혈관이 압박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중 안면신경마비는 바이러스 감염 등의 원인으로 안면신경의 기능 장애가 생기면서 한쪽 얼굴이 마비 되어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 증상이 생기게 되기도 한다.

한쪽의 안면경련의 경우, 눈과 입이 떨리면서 안면근육이 의지대로 잘 움직이지 않는 순간이 있기 때문에 안면마비가 아닐까 두려워할 수 있지만, 안면신경마비와 안면경련은 전혀 다른 질환이라 볼 수 있다.

◆안면경련의 원인은

한의학적으로 안면경련의 원인은 간(肝)의 상태가 좋지 못한 때에 스트레스, 과로, 외부 자극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원인이 될 수 있는 외부의 자극과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고, 간의 기운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한약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또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 근육의 긴장이나 구조적인 척추나 턱관절의 부정렬 등으로 인해 정체되어 있는 혈류순환을 개선시키고, 노폐물 제거 및 근 긴장 완화를 위해 침 치료와 추나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과 예후가 달라지는 만큼 양방에서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얼굴신경전도검사, 근전도검사 등 신경생리학적 검사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간혹 뇌간 부위의 종양, 뇌혈관기형, 뇌동맥류, 탈수초성질환 등에 의해서도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탓에 2차적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뇌자기공명영상촬영(뇌 MRI), 자기공명혈관조혈술(MRA)등이 시행되기도 한다. 검사 결과, 이러한 원인이 아닐 경우 신경안정제, 보톡스를 사용해 신경의 흥분도를 낮추거나 근육을 마비시키는 치료를 한다. 치료 방법으로는 신경 자극을 줄여주는 약물과 근이완제를 사용하고 비수술적 치료법인 보톡스(보톨리눔 독소) 주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중 보톡스 치료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전달을 멈추게 해 일시적으로 근육이 마비되어 안면경련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보통 주사 후 1~2주 사이에 증상이 개선, 약 2~4개월가량 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단, 약물을 중단할 경우 다시 증상이 발생할 수 있고, 보톡스의 경우 1번의 주사로 평균 3~6개월 가량 지속효과가 있지만,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주기가 짧아지는 단점이 있어 치료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혈관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경우에는 원인 혈관을 신경과 분리시키는 미세감압술을 시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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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의학과 이정희 교수

대구한의대 부속대구한방병원 이정희 교수(침구의학과)는 "안면 경련의 치료를 시행할 때에는 환자의 개개인의 체질뿐만 아니라 질병 발생 당시의 원인을 잘 살펴서 치료해야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면서 "또 증상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얼굴 근육이 구축되거나 안면 비대칭이 생기는 후유증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증상이 발생한 초기에 전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지나친 정신적 긴장이나 피로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규칙적인 수면·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음주, 흡연, 카페인이 든 음료는 절제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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