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안 들리고 어질…귀가 보내는 '응급신호'…이명·어지럼증 등 동반 돌발성 난청

  • 노인호
  • |
  • 입력 2021-08-31 07:56  |  수정 2021-08-31 08:05  |  발행일 2021-08-31 제16면
이어폰 잦은 사용으로 젊은환자 늘어
바이러스 감염·혈관장애가 주요원인
스트레스나 면역력 저하도 영향 미쳐
조기 발견·치료 않으면 청력 잃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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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45)씨는 최근 갑자기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평소 귀가 먹먹하거나 산발적으로 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이내 괜찮아져 병원 진료를 계속 미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횟수가 잦아진다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상하다고 느낄 만큼 증상이 오래가지 않아 별다른 걱정 없이 지냈다. 그러다 최근 별다른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한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았고, 이런 일이 예전처럼 하루이틀 만에 개선되지 않아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그는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았고 다행히 큰 불편 없이 치료가 이뤄졌다. A씨는 "한쪽 귀에 소리가 제대로 안 들리는 데다 어지럼증도 있어 엄청 놀랐다. 일부의 경우 이렇게 해서 아예 청력을 잃는 경우도 있지만 다행히 주사제 치료 등으로 지금은 회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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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이명과 난청 환자

이명과 난청 환자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명과 난청은 노화와 관련된 것으로 인식되지만 최근 들어 이어폰 사용 시간 증가 등으로 20·30대 젊은 층에서도 환자 수가 적지 않게 늘고 있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명 진료현황을 보면 2020년 기준 전체 진료인원은 30만3천276명으로 이 중 14만3천215명이 60세 이상이다. 하지만 20대 환자도 2015년 2만354명에서 매년 증감을 반복하다 지난해에는 2만2천172명으로 늘었다. 30대 환자도 같은 기간 2만7천197명에서 증가세를 기록하다가 2020년 2만5천350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난청 환자 수도 매년 증가 추세다. 2011년 33만5천명이던 난청 환자는 지난해 54만2천명으로 연평균 5.6% 증가했다. 60세 이상 난청환자는 30만4천620명(2020년 기준)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대 난청 진료인원은 2015년 2만7천366명에서 지난해 3만7천85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30대 진료인원도 2015년 3만2천981명에서 지난해 4만1천322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젊은 층에서 이명과 난청 환자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 전문의들은 이어폰, 헤드셋 등의 잦은 사용을 꼽는다. 데시벨(㏈)로 구분했을 때 일상적인 대화 환경이나 사무실이 60, 버스나 지하철, 식당이 80 정도인데 이어폰을 사용하는 이들은 이런 소음보다 큰 소리로 들을 수밖에 없다 보니 사용 시간이 길수록 청력에 손상이 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돌발성 난청

최근 귀에서 보내는 이상 신호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상태가 심각해져서야 병원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귀에서 "삐" 하는 소리가 난 적이 있지만 방치했다가 청각소실을 알게 되어 뒤늦게 찾아오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또 어지럼증을 방치하다가 한참 후 청각소실 증상을 알게 되어 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도 적지 않다.

돌발성 난청은 특별한 원인 없이 불현듯 청각 소실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이명과 어지럼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 경우 가벼운 전조 증상을 보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냥 넘길 경우 평생 난청으로 남을 수 있어 무엇보다 치료 시기가 중요한 질환이라고 전문의들은 강조했다.

돌발성 난청이란 3일 이내 3개 이상의 주파수 영역에서 30㏈ 이상 청각 소실이 발생한 경우를 뜻한다. 청각 소실의 정도는 경도에서 완전 소실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고 대부분 한쪽 귀에 발생한다. 하지만 드물게 양측성으로도 발생한다. 30㏈ 이상의 청각을 손실한 경우 일상 대화 소리가 속삭이듯 잘 안 들리게 되는 정도여서 양쪽 귀의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면 돌발성 난청을 의심해봐야 한다.

◆돌발성 난청은 응급질환

돌발성 난청의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과 혈관장애를 주된 발병기전으로 보고 있다. 청신경종양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 면역 저하 등도 돌발성 난청을 불러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돌발성 난청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응급질환이다. 급속히 청각 소실이 진행되기 때문에 발병 첫날 치료한다고 해도 많이 진행된 상태일 수 있다. 그런 만큼 돌발성 난청이 의심되는 경우 바로 병원을 찾아 청력검사를 받아야 청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돌발성 난청의 치료는 대부분 약물치료가 시행되고 스테로이드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스테로이드 치료는 경구 또는 주사제로 전신적으로 투여할 수 있다. 또 고막 안쪽으로 약물을 투입하는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추정되는 병인에 따라 혈액순환개선제, 혈관확장제, 항바이러스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고압산소치료'는 기존의 고식적 치료인 스테로이드 약물치료와 병용 치료 시 효과가 높음이 입증돼 주목받고 있다. 충분한 치료 후에도 청력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 심리상담과 조언이 필요할 수 있다. 보청기나 골도 보청기 이식술이나 인공 와우 이식술을 통해 청력을 회복할 수 있으므로 청력 상태에 맞는 치료법을 상담 받아야 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남성일 교수(이비인후과)는 "갑자기 한쪽 귀가 먹먹해지고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고, 일상적인 대화가 속삭이듯 들리며, 이명이나 현기증이 동반될 경우 돌발성 난청을 의심하고 바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건강한 귀를 유지하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남성일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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