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경북 상주체육관에서 열린 2021 MG 새마을금고 KBL컵 한국가스공사와 상무의 경기에서 가스공사 임준수(가운데)가 슛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최근 인천 전자랜드 농구단을 인수한 한국가스공사가 대구시를 연고지로 두고 대구실내체육관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도록 승인했으나, 정작 대구시와는 연고지 협약을 체결하지 못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KBL은 지난 24일 제3차 이사회를 열고 대구시 동구 신서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가스공사 농구단의 연고지로 대구를 발표했다.
이에 가스공사는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호텔에서 농구단 창단식을 갖고 선수단 및 코치진 소개와 유니폼, 마스코트, 슬로건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창단식엔 권영진 대구시장이 참석해 축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가스공사는 지난 6월 9일 대구에서 KBL과 전자랜드 농구단 인수 협약식을 가졌다. 당시 이 자리엔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과 이정대 KBL 총재에 이어 권 시장까지 참석해 '가스공사-KBL-대구시' 3자 간 협약을 체결키로 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협상을 벌여왔던 농구전용 경기장 신축 문제를 두고 대구시와 가스공사 간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고, 결국 권 시장은 불참했다. 이에 대구 연고 가스공사 농구단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양측은 이후에도 전용구장 건립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26일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는 가스공사가 전용구장 신축을 먼저 제시한 만큼, 이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연고지 협상안에 사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가스공사 측은 이런 제안 자체를 부정하면서 양측의 협상은 석 달 넘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스공사 농구단 창단식을 사흘 앞두고 KBL이 대구를 연고지로 못 박았다. 정작 대구시와는 연고지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은 상황이라 KBL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가스공사는 시즌이 코앞인데 대구시가 신축 구장 문제를 빌미로 실내체육관 사용에도 비협조적이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가스공사-KBL-대구시' 3자가 기분 좋게 협약을 체결하는 게 정상적인 창단 과정이다. 대구시민과 농구팬들은 야반도주한 동양 오리온스(고양 오리온)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프로농구단 창단식이 반쪽짜리로 전락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권 시장이 창단식에 직접 참석하는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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