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개고기 식용

  • 장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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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4   |  발행일 2021-10-14 제23면   |  수정 2021-10-14 07:13

50대 공무원의 일화다. 간부여서 피치 못할 술자리가 잦다. 아내는 늘 늦다고 도끼눈이다. 하루는 새벽에 까치발로 걸어서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니 세 식구 모두 꿀잠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비숑 프리제가 반겨주더란다. 너무 이쁜 나머지 지갑에서 5만원짜리 지폐를 꺼내 과자값으로 건넸다. 그런데 지폐를 물고는 냉큼 안방으로 들어가서 아내 머리맡에 두고 오더란다. 헛헛한 에피소드다.

중년 부부의 소원한 관계를 풀어주는 재롱둥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재임 시절 여비서와 염문설로 영부인에게 구박을 당할 즈음 외동딸이 대학에 진학했다. 딸 바보였던 그는 그때부터 반려견을 키우며 허전한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필자도 아주 어릴 적 저먼 세퍼드와 지냈다. 그래서인지 개나 고양이를 보면 늘 손을 내민다. 아내는 질색이다. 원래 동물을 싫어하는 데다 식구 가운데 동물털 알레르기가 있으니.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고기 식용 금지 발언으로 이와 관련해 찬반논쟁이 촉발됐다. 외신은 이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마치 개고기 식용이 일상인 것처럼 악의적인 내용 일색이다. SNS를 비롯한 온라인에 떠도는 거짓에 가까운 내용을 확인 없이 베껴 쓰고 있다. 한해에 개고기 식용 국가 1위인 중국은 1천만 마리, 2위 베트남은 500만 마리를 도살한다. 이런데도 유독 우리만 거명하며 못살게 군다.

각국엔 엽기적인 식문화가 많다. 서양의 푸아그라 요리와 원숭이 식용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에선 100년 전까지 개를 잡아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데도 남의 나라 식문화에 대해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다니. 우리는 애완견 1천만 마리 시대에 산다. 보신탕 애호가가 크게 줄었다. 개고기 식용은 한식의 세계화에 걸림돌이다. 하지만 외국의 등쌀에 못 이겨 개고기 식용 금지법을 제정해선 안 된다. 자존심 상하는 문제다. 맨유에서 활약했던 박지성 선수가 최근 응원가 '개고기 송'을 부르지 말 것을 요청했다. 법 제정에 앞서 SNS나 웹사이트에 떠도는 출처 불명의 개고기 식용 관련 오류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다. 장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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