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수업이 즐겁다

  • 김동준 영남이공대 호텔/와인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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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8 07:56  |  수정 2021-10-18 07:58  |  발행일 2021-10-18 제20면

김동준
김동준〈영남이공대 호텔&와인전공 교수〉

얼마 전 내가 가르치는 외국인 학생에게 문자가 왔다.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수업을 듣는 외국 학생들에 대해 세세하게 관심을 가지지 못한 상황이라 문자를 본 순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답장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이 생겼다. "그래, 한국어 공부 열심히 해라"는 일상적인 내용을 보내기엔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솔직히 자상하게 지도해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우리 학과에서 수업을 듣는 외국인 학생 수는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40명이다. 수많은 나라 중에서 대한민국에, 수많은 전공 중에서 호텔리어를 꿈꾸며 대구까지 온 학생들이다. 또한 학과 배정 전에 한국어 교육과정을 통과해야 전공 수업을 듣게 되는 참 어려운 과정을 겪는 학생들이다. 그리고 일정 수준의 학점을 받아야 장학금이 나오고,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지런한 생활을 하고 있다. 낯선 곳에서 주경야독을 한다.

한 학생의 문자를 받은 뒤로 나는 많은 점이 바뀌었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외우고 얼굴을 익히며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상담해보니 배울 점이 많았다. 오히려 내 자신을 돌아보며 선생으로서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한국 학생들이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수업을 통해서 서로의 융합을 이뤄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과제를 발표할 때의 자세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한국어를 더듬고 시선처리가 미숙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이 넘쳤다. 시험지 답안작성에서 하나라도 더 쓰려고 애쓰는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가끔씩 눈을 마주칠 때면 빙그레 웃는, 순수하고 낙천적인 표정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배움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는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자 노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보다는 진실한 소통 속에 친근함이 깊어지고 기쁨이 더해졌다. 이것이 바로 진짜 수업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졸업 후에도 한국에 남고 싶다는 외국인 학생이 많다. 지식보다는 수업의 참 즐거움을 알게 해준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 즐거움에 보답을 하고 싶다. 그들을 위해 인생에 대한 진로를 지도해주고자 한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귀를 기울이고, 정성을 다해 보살펴서 '꿈의 디딤돌'이 되어주는 스승이 되고자 다짐한다. 비록 지금은 수줍어하는 학생이지만 훗날 각자의 나라에서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있을 제자들을 위해!
김동준〈영남이공대 호텔&와인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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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 영남이공대 호텔/와인전공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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