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과의 만남' 현대미술을 보는 3가지 시선…쇼움갤러리 '현대미술 3인의 시선'展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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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1   |  발행일 2021-10-21 제16면   |  수정 2021-10-21 08:07
기하학적 회화·오브제 작품 하종현
올 1월 작고한 물방울 작가 김창열
구순에도 뜨거운 열정 박서보 초대

하종현
하종현 '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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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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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묘법'

쇼움갤러리가 22일부터 오는 12월31일까지 '현대 미술 3인의 시선'전을 연다. 3인은 김창열, 박서보, 하종현 화백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김창열은 물방울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1929년 평남 맹산에서 태어난 그는 올해 1월 작고했다. 16세 때 월남, 이쾌대가 운영하던 성북회화연구소에서 그림을 배웠다. 서울대 미대에 입학했으나 6·25로 학업을 그만두고 전업 화가가 됐다. 57년에는 현대 미술가협회를 결성하고 앵포르멜 운동을 이끌면서 61년 파리 비엔날레, 65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다. 그해부터 4년간 뉴욕에 머물며 록펠러재단 장학금으로 아트스튜던트 리그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69년 제7회 아방가르드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이를 계기로 파리에 정착하면서 독특한 물방울 작업을 시작했다. '물방울 회화'는 7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살롱 드 메'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물방울을 소재로 한 작품 활동을 50년 가까이 이어왔다.

물방울 형상이 텍스트와 처음 만난 건 1975년이다. 프랑스에서 '르 피가로'신문 1면에 수채 물감으로 물방울을 그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한지 위에 무수히 붓으로 겹쳐 쓴 한문을 배경으로 물방울이 투명하게 떠 있는 '회귀'를 보여주면서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작가는 화면에서 구슬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을 동양의 정신이 담긴 천자문에 함께 교차시키면서 종종 작품을 변형, 평생의 모티브로 삼았다.

박서보는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구순의 나이에 최근 열린 KIAF 서울 2021에 얼굴을 내비칠 정도로 정정하다. 박서보는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를 이끌어왔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면서 미쉘 타피에가 선언했던 앵포르멜 회화에 끌렸다. 그는 현대미협 제3회전에 '회화 No.1'시리즈를 출품하면서 앵포르멜이라는 비정형 회화 세계를 탐구한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61년 세계청년화가 파리대회에 참가한 이후 추상 표현주의 미학을 바탕으로 한 '원형질' 시리즈를 보여주었고, 60년대 중반부터는 현대인의 모습과 초상을 담아낸 '허상' 시리즈, 70년대 이후부터는 탈이미지와 탈논리, 탈표현 등을 주장하면서 묘법의 세계인 일명 '손의 여행'으로 정점을 이뤘다. '묘법시대' 초기 그는 연필이나 철필로 선과 획을 긋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무위자연의 생각을 드러냈다. 80년대 이후 후기 묘법에서는 종이 대신 한지를 이용해 선 긋기를 반복함으로써 바탕과 그리기가 하나로 통합된 세계를 보여주었다.

하종현은 1935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앵포르멜 회화에서 기하학적 추상에 이르는 다양한 추상회화의 흐름을 실험했다. 전통을 따르는 것을 거부하고 실험적인 예술정신을 기치로 삼았던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를 상징하는 작품 이미지는 '접합(Conjuction)'이다. 1970년대부터 40년간 이에 몰두했다. 흰 마포에 글씨인 듯 낙서인 듯 혹은 기호인 듯 가로지른 그 제스처 속에는 그가 담아내고 싶은 모든 게 집약돼 있다. 그는 전후 최초의 기하학적 작품으로 평가되는 '도시 계획 백서'와 같은 화려한 색채에 같은 패턴의 질서 있는 배열이 돋보이는 기하학적 회화와 오브제 작품을 발표한다. 이 시기가 하종현의 'A.G. 시대'로, '평면화된 오브제로서의 회화시대'라 할 수 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 세 작가는 각기 다른 기법과 작가정신, 표현양식으로 한국의 현대 미술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하나의 주제와 화두를 갖고 40~50년간 매진한 것은 놀라운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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