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의무란 무엇인가…'노 마스크'는 권리일까…시민의 자유와 책임을 묻다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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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2   |  발행일 2021-10-22 제14면   |  수정 2021-10-22 08:12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현대 독일철학의 아이콘인 저자
국가 방역 조치와 시민 저항 등
新사회현상 정치철학 관점 분석

마스크
대구시 중구 동성로를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코로나19는 전 세계인의 생활양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이전에는 당연히 누릴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제약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마스크 착용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 국가에선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큰 저항이 없었지만,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서구권 국가에선 반발이 컸다. 이에 국가 방역 조치에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며 마스크를 벗은 채 시위를 벌이는 이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그런 조치들과 함께 사느니 차라리 코로나로 죽겠다'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의무란 무엇인가'의 저자 독일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코로나 시대에 떠오른 의무와 탈(脫) 의무 현상에 주목했다. 현대철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저자는 2012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딴 철학방송 '프레히트'를 진행하면서 철학적 주제를 바탕으로 한 대중서를 집필해오고 있다. 이번 책 또한 팬데믹 이후 국가 방역 조치와 이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정치 철학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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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대 옮김/열린책들 /176쪽/1만3천800원

저자는 의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고, 한 나라의 국민에게 권리와 의무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에 따르면, 독일의 전후 세대는 국가의 의해 일상과 신체를 적극적으로 통제당한 경험이 없다. 그렇다 보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각종 제약은 이들에게 국가가 주는 일종의 벌로 받아들여진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모임 인원수 제한, 거리두기는 강제가 아닌, 개인의 자유에 맡기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다만 공동체와 그 구성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탈의무'를 부르짖는 것은 옹호 받기 쉽지 않다.

공동체를 지키고자 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고대와 중세에서도 의무는 돌봄과 보호, 공동체에 대한 참여와 봉사를 의미했고, 그 자체가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었다. 프레드리히 니체도 의무를 "우리에 대한 타인의 권리"라고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시위에 동참하는 이들의 태도를 보면서 어떤 사실을 깨닫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국가의 역할과 시민의 의무에 대해 모호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국가의 변화된 역할과 탈의무 현상을 연결지어 분석했다. 전통적인 국가는 복종과 두려움의 대상이고, 국가와 국민은 지배-피지배 관계였지만, 시민 계급이 권력을 잡으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현대 국가는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돌봄 및 대비 국가'로 바뀌었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국가가 노동자이자 소비자인, 경제 주체로서 국민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게 된다. 이에 국민의 건강과 수명, 인구를 관리해나가는 방식으로 방향이 바뀐다. 국가가 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고, 질병을 퇴치해야 하는 의무를 지는 '생체 정치'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국가가 해줄 수 있는 돌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국가를 서비스 제공자로 보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 것이다.

저자는 의무를 국가 서비스를 치르는 비용 정도로 보는 관념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의무를 지나치게 소극적인 의미로 생각하면서 생긴 오해라는 주장이다. 자유민주주의는 활발한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모든 구성원이 자유는 누리고 싶은 만큼 누리면서 의무를 최소한으로 하려고 한다면 혼돈이 생기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사회적 의무 복무'라는 제안을 내놓는다. 1년은 청년기에, 1년은 은퇴 후에 총 2년간 일주일에 15시간씩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의무 복무를 통해 시민들의 연대감과 시민성을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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