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기획] 침체의 지역산단 돌파구 고심…대구염색산단 '타 업종 변경' 쉽지 않다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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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3 07:31  |  수정 2021-11-03 07:34  |  발행일 2021-11-03 제6면
30% 범위 내 변경 조건…관리公 이사회서 만장일치 동의
市에선 '서대구 하·폐수처리장 지하화사업' 앞두고 신중
폐수량 많을수록 이득인데 염색업체 줄면 수익감소 우려
일각선 산단이전 주장…하수처리사업에 영향 없을 것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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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 비산동에 위치한 염색산단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 서구 비산동에 위치한 염색산단은 1980년대 조성됐다. 대구 섬유산업의 원천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1990년대 이후 섬유산업 위축 등의 원인으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염색산단의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염색공단)은 산업 위축 상황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대구시에 '타 업종 변경'을 요청했다. 흥미로운 점은 타 업종 변경은 단순히 염색산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서대구역세권 개발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 30% 업종 변경 요청

현재 염색산단에 입주한 업체는 127개다. 대구염색공단은 지난 9월 대구시에 30% 범위 내에서 업체를 다른 업종으로 변경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섬유·염색 경기의 장기 침체로 매년 조업 물량이 감소 추세에 있으며, 업체 간 과당 경쟁으로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어 염색업계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서대구역 개통, 인근 아파트 조성 등으로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염색공단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열린 이사회에서 참석 이사 15명의 만장일치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염색공단은 지난해부터 입주업종 다양화를 위한 입주업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지난해 6월 타 업종 변경에 대한 찬성률은 82%였다. 지난 1월 78%, 지난 8월 75%가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염색공단 관계자는 "수주 물량이 줄어드니 가공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 현재 염색산단 가동률이 60%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한정된 수주 물량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업체 수를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업종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는 염색산단 업종 변경에 신중한 입장이다. 대구시 섬유패션과 관계자는 "염색산단 업종 변경 문제를 단순하게 결정할 수 없다. 전문가 자문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염색산단 업종 변경, 서대구역세권개발 사업에 영향 줄 듯

염색산단 업종 변경 시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서대구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 사업'이다. 서대구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 사업에는 2027년까지 6천억원이 투입된다. 달서구하수처리장, 염색산단 1·2폐수처리장, 북부하수처리장을 하나로 통합해 북부하수처리장 지하에 건설하는 사업이다.

서대구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 사업은 민간투자사업(BTO-a)방식으로 이뤄진다. BTO-a 사업이란, 민간투자자가 시설을 짓고 처리 비용을 수입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또 초과 수익이 발생할 경우 대구시와 민간투자사업자가 나눠 갖는다. 즉 폐수 처리 양이 많아지면 민간사업자와 대구시 모두 이득을 보는 구조다.

대구시에 따르면, 하·폐수 처리장 통합지하화 용량은 하루 32만2천t으로 추정됐다. 염색산단 폐수 처리 용량은 하루 최대 7만9천t, 하루 평균 6만여 t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염색산단 일부가 타 업종으로 변경하면 발생하는 폐수가 감소하게 된다. 민간사업자가 처리하는 폐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폐수가 줄어든 만큼 대구시와 민간사업자가 가져갈 수익도 감소하게 된다. 대구시 입장에선 염색산단 환경개선의 필요성과 통합지하화사업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손강현 대구시 서대구역세권 개발과장은 "통합지하화사업에 염색폐수처리장 이전이 포함된 만큼 염색공단이 추진 중인 업종 다변화가 지하화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염색산단 이전 주장도 나와

일각에선 서대구역 개통을 통한 지역 활성화를 위해 염색산단 이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구청에 따르면, 염색산단 인근에 2025년까지 8천332세대가 들어선다.

서구 비산동에 살고 있는 김모(56)씨는 "염색산단 인근으로 많은 발전이 예상된는데, 도심 한가운데 산단이 있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염색산단을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색공단도 이전안에 대해 공감하는 상황이다. 염색공단 관계자는 "경북 고령·군위 등에서 산단 조성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이전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염색산단이 이전을 하더라도 서대구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염색산단이 이전되려면 20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민간사업자가 하·폐수처리장을 운영하는 기간도 20년 정도로 예상돼 문제가 없다.

대구시는 염색산단 이전에 대해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염색산단 이전에 대한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간단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정책적으로 방향 설정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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