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렉스 탈리오니스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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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19   |  발행일 2021-11-19 제23면   |  수정 2021-11-19 07:30

누구나 한두 번쯤 망설여 봤을 것이다. 심한 모욕을 당했을 때의 그 엇갈리는 마음을. 수모를 참을 것인가, 제대로 복수할 것인가. 원한을 원한으로 갚을 것인가, 아니면 용서로 베풀 것인가 쉽게 결정되지 않는다.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드'에는 '복수는 꿀보다 달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 표현이 맞다면 왜 복수를 주저하겠는가. 하나님도 복수를 하신다는데…. 구약성서에 '여호와는 보복의 하나님이시니 반드시 보응하시리로다'라는 말이 나온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전한 율법에도 나온다. '생명은 생명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손은 손으로, 말은 말로, 데운 것은 데움으로, 상하게 한 것은 상함으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지니라'라고. 바로 '동해보복법(同害報復法; 렉스 탈리오니스=lex talionis)'이다. 이 보복법은 세계 최고의 성문율인 함무라비법전에도 나온다. '눈에는 눈, 뼈에는 뼈'로 명기돼 있다.

장쾌한 복수극의 전범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명작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다. 무고를 당해 14년간의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에드몽 당테스. 그가 몽테 크리스토 백작으로 변신해 차례로 시원한 복수를 하는 내용은 독자로 하여금 전율을 삼키게 한다.

하지만 불교는 보복을 만류한다. 법구경도 참으라고 한다. '원망을 원망으로 갚으면 마침내 원망은 쉬어지지 않는다. 오직 참음으로써 원망은 쉬나니 이 법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라고 나온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도 "인간이 지나치게 복수를 행하면 신들의 미움을 산다"고 경고했다. 선각자들의 현명한 처방도 참고해보자. 노자는 "원한은 덕으로 갚으라"고 했다. 스위스의 사상가이자 법률가였던 카를 힐티는 "모욕을 주는 사람은 용서하기보다는 잊어버리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에도 비슷한 표현이 나온다. '용서하는 것은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잊는 것이다'라고. 몽테뉴는 수상록에서 "모욕을 보복하려면 먼저 그 분노를 잊어버려라"라고 조언했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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