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약속

  • 나순단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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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3 07:47  |  수정 2021-11-23 08:09  |  발행일 2021-11-23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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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단 (화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통일을 이루자.'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함께 이 노래를 목청 높이 부르며 자랐다. 남북 이산가족 찾기를 TV로 보며 온 가족이 눈시울을 적셨다. 죽은 줄로만 알던 가족을 찾았지만, 다시 생이별해야 하는 눈빛과 손짓들, 살아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없는 고통은 이데올로기가 만든 민족의 한이다. 분단의 아픔은 우리가 함께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약속을 무의식에서 깊숙이 자리 잡게 하였다.

화실 수업 시간, 수원시립아이파크에서 북한그림 전시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화 붓을 든 채 한복 두루마기를 입고 정면을 당당히 응시하고 있는 1940년대 후반 작품 '자화상'이 떠올랐다. 작가는 대구 수창초등학교를 다닌 월북화가 이쾌대(1913~1965)다. 그는 이데올로기로 인해 남과 북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아내 유갑봉의 헌신으로 이쾌대의 작품이 보존될 수 있던 것은 남북미술사에 감사한 일이다.

나는 서울· 광주 전시를 마치고 내년 부산·대구아트페어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 화가 작품은 수원을 지나 광주 전시를 마치고 전주에서 전시하고 있다. 전주 전시 후 서울 전시를 한다고 하니 호기심이 더해진다.

단풍이 붉게 물든 전북대 교정과 대학생들을 지나 북한그림 전시장에 왔다. '약속'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남북한이 '약속' 노래를 부르며 통일을 이루자고 한 약속? 나는 서로를 인정하고 남북 교류라도 하며 서로 돕고 살면 좋겠다. 한 핏줄끼리 남북 철도 하나 이을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으니 가슴이 먹먹하다.

북한화가의 백두산과 남한화가의 한라산 자연생태계 컬래버레이션이 인상적이다. 사실화를 넘은 작가의 개성적이고 풍부한 유화의 색감과 자유로운 선의 마티에르를 활용한 표현에서 북한이라는 선입견을 잊게 했다.

나는, 나만이 아닌 우리가 꾸는 꿈은 이뤄진다고 믿는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을 함께 쓰는 한민족이다. 마음과 마음을 잇듯이 남북철도를 이어 문화예술, 과학, 경제를 꽃피움으로써 자유, 평등, 평화, 박애를 수호하는 남북이 되었으면 좋겠다. 꿈은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루어졌다고 믿고 약속하고 남북한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약속' 전시를 대구에서도 관람할 수 있길 기대한다.

나순단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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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단 화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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