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대사만 19금' MZ세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연애담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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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6   |  발행일 2021-11-26 제39면   |  수정 2021-11-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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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자영(전종서)은 "연애질 안 하는 게 인생 즐겁게 사는 법"이라며 친구들 앞에서 연애 은퇴를 선언한다. 3년간 불같은 사랑을 했던 첫사랑으로부터 섹스 파트너 취급을 받고 최근 만나기 시작한 남자와도 비슷한 이유로 헤어지자 자신의 인생에 더 이상의 연애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밤낮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외로움까지 막을 수는 없다. 잡지사 기자 우리(손석구)도 자영과 비슷한 처지다. 사랑이라 믿으며 같은 회사 선배가 원할 때마다 잠자리 상대가 되어주었지만 결혼할 남자친구가 돌아왔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찬밥 신세가 됐다. 뒤통수 제대로 맞은 그는 편집장으로부터 '어그로'를 끌 수 있는 섹스 칼럼을 쓰라는 지시를 받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칼럼 소재를 찾기 위해 데이트 앱 '오작교미'에 가입한다. 그리고 아무런 기대 없이 만났지만 서로에게 점점 끌리기 시작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와 성에 대한 담론을 당돌하리만치 솔직하게 까발린다. "설정만 있다면 딱히 창피할 필요가 없다"며 스물아홉 여자의 몽정을 자연스러운 일로 치부하고, "연애는 싫지만 섹스는 하고 싶다"고 서슴없이 말할 만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연애는 굉장히 개인적이고 감정적이며 특별하다. 연애의 감정을 느낄 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자신을 꾸미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상대에게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진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첫 만남의 화학작용이 연애 못지않게 중요히 여겨지는 이유다.

MZ세대인 자영과 우리는 요즘 트렌드인 데이트 앱으로 만났다. '원 나잇 스탠드'라는 공통의 목적이 있기에 다소 어색함은 있지만 바로 술 마시고 모텔로 향한 두 사람이다. 하지만 영화는 청춘들의 성적 일탈을 노골적으로 다루려는 의도로 출발하지 않았다. 성을 주요 화두로 삼지만 "모텔에 들어갔다가 곧장 모텔에서 나오는" 극 중 편집장의 말처럼 설정과 대사만 19금인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한다. 내 맘같지 않은 사랑과 일에 지칠 대로 지친 주인공들이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갈등을 겪게 되면서 스스로 성찰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에도 주목했다.

교집합 하나 없는 두 남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연애담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위트 있는 말맛은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사랑과 욕망을 대변하고, 멋진 삶이 아닌 여전히 조연 같은 자신의 현실을 토로하는 모습에선 기성세대들이 미처 느끼지 못한 이해와 공감을 전한다. 영화적 화술이 돋보인 정가영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 전종서·손석구의 연기호흡이 제대로 시너지를 발휘한 사랑스러운 영화다. (장르:로맨스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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