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면 그만' 지난해 추징금 환수율 0.41%...전두환 전 대통령 956억원 미납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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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4 17:35  |  수정 2021-11-24 20:43  |  발행일 2021-11-25 제2면

고액 추징금 미납자들이 '버티면 그만' 식으로 추징금 납부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최기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월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추징 확정액은 30조6천489억8천4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1천244억700만 원을 환수하는 데 그쳤다. 환수된 금액의 비율은 고작 0.41%에 불과했다.

올해 7월 기준으로는 추징 확정액이 30조 7천537억여 원인데, 이 중 0.2%인 613억여 원만 환수된 상황이다.

'100억 원 이상' 미납된 건은 54건인데, 전체 추징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9.4%(27조 5천103억3천800만 원)에 달했다.

고액 체납자 중 미납금액이 가장 큰 건은 대우 분식회계 공동추징금 22조9천465억4천549만여 원이다. 2005년 23조358억여 원이 선고됐지만, 893억여 원만 환수되고 16년째 추징하지 못하고 있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납한 추징금은 미납금액 상위 8위였다. 1996년 12월 16일 반란수괴 등 혐의로 2천205억여 원의 추징을 선고받은 전 전 대통령은 956억여 원(7월 기준)을 체납했다.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현재 미납추징금은 956억 원 규모이다.

추징금은 '본인 명의' 재산이 없다면 제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실정이다. 추징금 미납자인 당사자로선 집행시효가 끝날 때까지 '버티기'를 시도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형법에 따르면 추징금은 재판 확정 후 5년을 경과하면 시효가 완성된다.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으로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따르면, 특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및 추징 시효는 10년이다.

당사자 명의의 재산이 있는 경우 압류 등 '강제처분'을 개시하면서 시효를 중단할 수 있지만, 당사자 명의 재산이 없는 경우 시간을 끌어 시효를 완성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추징금의 경우 벌금과 달리, 내지 않더라도 '노역형'이 부과되지 않는다.

전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당사자가 사망하는 경우 더욱 추징하기 힘들어진다. 국세, 지방세 등 세금과 달리 '형벌의 일종'인 추징금은 유족에게 상속되지 않는다. 재산형 등에 관한 검찰집행사무규칙은 검사는 납부의무자가 사망한 경우 재산형 등 '집행 불능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의 재산을 환수할 방법은 있다.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은 범인 이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 재산에 대해 몰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다.

강수영 변호사는 "'정황을 알면서'라는 부분이 문제다. 입증하기 쉽지 않다"며 "검찰은 이 법 시행 후 전두환의 가족, 친지 등에게 적극 추징을 해왔지만, 현재 이들은 '알면서 취득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소송도 많다. 검찰은 미납추징금 집행에 대한 근거 규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6월 국회 유기홍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범인이 사망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도 요건을 갖추었을 때 몰수 및 추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법사위에서 계류 중이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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