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2022 대선 관전 포인트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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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02   |  발행일 2021-12-02 제23면   |  수정 2021-12-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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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정치부장

2030으로 대표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가 내년 3월 대선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대 승부처' '스윙 보트' '블루오션'이란 매력적인 수식어가 따라붙고, 정치권에서는 연일 이들 세대를 호명하는 중이다. 2030세대는 박근혜 탄핵을 위해 촛불을 들었고,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으며,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와 오세훈 서울 시장을 만든 중요 세력이다. 21대 총선 기준으로 전체 유권자의 34%, 유권자 3명 중 1명이 2030세대다. 여론조사 수치로도, 하나의 정치 현상으로서도 이들의 대선 영향력은 유례없이 커졌다.

여야 모두 이를 의식한 선거 운동에 한창이다. 조국의 강을 건너고 현재의 민주당을 극복하려는 이재명 후보도, 청년들을 만나 이들의 관심 분야에 정책을 쏟아내는 윤석열 후보도 승리를 향해 당기는 방아쇠가 누구 손에 있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MZ 세대의 마음은 오리무중이다. 홍준표 의원이 SNS를 통해 이들과 활발히 소통을 하는 듯 보이지만 유희적 성격이 강하다. 홀로그램의 환영처럼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다. 실체를 규정하기 힘들고, 그마저 유동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주자 4자 구도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4%인데 20대의 29%, 30대의 20%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지 후보를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응답도 20대는 29%로 60대 이상 7%보다 크게 높았다.


상황이 이렇지만 두 '아재 후보'의 전략은 거꾸로 가는 중이다. 이재명 후보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야 한다'라는 남초 커뮤니티 글을 공유하며 여가부 개편을 내세우고, 윤석열 후보는 청년 정책이라며 성폭력특별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표현대로 "여성 인권을 누가 멀리 내팽개치나 경쟁하고 있다." 젠더 갈등을 부추겨 극단적 이대남의 몇 안 되는 표를 얻을 순 있겠지만, 청년 세대의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정치가 취할 바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돌이켜보면 우리 정치는 늘 쉬운 길에 기생해 왔다. 특정 이념, 특정 정당, 특정 지지층에 호소하는 것은 쉽고 편한 정치의 길이다. 목소리 큰 편에서서 지역으로, 세대로, 계층으로, 남녀로, 갈라치기 하고 이용하는 정치에 발전이 있을 리 만무하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라면 표 계산으로 갈등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꿀 정책을 내놓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청년 문제는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들이 바라보는 것은 '공정'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운동장이 기울어진 것에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현실의 벽이 얼마나 단단한지 절감하거니와 그걸 탓할 시간도 없다. 오늘을 살아가기도 바쁜 현실이다. 거대 담론보다는 생활에서 마주치는 불합리와 불공정에 더 빨리, 더 깊이 분노한다. 조국 사태에서 폭발하여 윤석열에 반대급부성 지지가 쏟아진 이유이다. 그러나 지금 두 후보 모두 헛발질이다. 뒤처진 이재명 후보가 조금 회복하는 듯 보이지만, 정권의 실패라는 그늘이 짙다. 이미 집권한 듯 소란을 피우는 윤석열 캠프는 두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한국 정치를 사로잡던 '지역주의'는 이제 '세대주의'와 동급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어디를 택할 것인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이은경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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