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상담실] 아이의 잘못된 행동 대처법..."아이가 떼쓴다고 곧바로 화내면 관계 악순환 불러"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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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13 07:54  |  수정 2021-12-13 08:04  |  발행일 2021-12-13 제13면
부모의 화는 '힘의 남용'…제압된 자녀는 또다른 잘못된 행동 보여
패배·실패 늪에 빠졌을땐 사소한 노력에도 기뻐하고 지지·격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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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학습지를 하지 않겠다고 교사에게 '힘 행사하기'를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아이들은 부모나 선생님처럼 자신이 생각할 때 의미있는 대상에게 소속되지 못한다고 느끼면 잘못된 행동을 한다. 이런 잘못된 행동에는 반드시 목표가 있다. 아이들의 행동의 목표를 알고 이에 대한 접근 방식을 약간만 바꾸어도 아이들의 행동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의 여러 가지 목표와 대처 방법에 대해 현직 교사의 조언을 들어보자.

Q: 우리 아이, 왜 이런 행동을 할까요.

A: 느닷없이 울거나 소리 지르거나 하지 말라는 행동만 골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어딘가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아들러 전문심리학회 창설자인 드라이커스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위치를 마련하고 건설적인 협동을 통해 스스로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며, 협력자가 되려는 목적을 갖고 삶에 접근하며 개인적 또는 사회적으로 효과적인 행동을 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사람한테 소속되지 못할 경우, 잘못된 행동 목표를 가져서라도 소속되고자 하는 목표를 성취하고자 한다. 잘못된 행동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어떤 것을 성취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행동의 '목표'라고 부른다.

Q: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의 목표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잘못된 행동에는 다음과 같은 강력한 4가지의 목표가 있다. 1단계는 '관심 끌기'다. 인간은 사랑받고 사랑하면서 상대방에게 소속되고 자신 안에 상대방을 소속시킴으로써 살아 있음을 발견한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좋은 방법으로 주의를 모으려고 하지만 만일 그런 방법으로 원하는 관심을 얻지 못한다면 부정적인 행동을 해서라도 관심을 얻으려고 한다. 많이 칭얼대거나 울거나 수업 시간에 쓸데없는 소리를 해 선생님의 꾸중을 듣는 것 또한 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관심을 받은 것이므로 행동의 목표는 성취한 것이다. 관심 끌기 단계에서는 부모나 교사의 반응에 따라 부정적인 행동을 그만두게 할 수도 있고, 더욱 강화할 수도 있기에 아이들의 행동의 목표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2단계는 '힘 행사하기'다. 힘의 가치에 대해 개념이 잘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은 항상 우세한 입장에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었을 때에만 소중한 존재가 된다고 느낀다. 아이가 부모의 말에 순종하지 않을 때 부모가 과하게 흥분하고 화를 내는 것도 부모가 아이들에게 힘의 도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구든지 힘의 도전을 받게 되면 위협을 느낀다. 그 위협은 자신의 힘을 방어하기 위해 더 큰 힘을 보강하게 한다. 다음의 예를 보자. 엄마가 A를 시장에 데리고 가면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면 앞으로는 시장에 안 데리고 가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A는 장난감 가게 앞에서 칭얼거리기 시작하고, 이 소리에 사람들이 기웃거리면 A는 더 크게 운다. 엄마는 난처하지만 사람들 앞이어서 아이에게 화를 낼 수가 없다. 엄마가 A를 끌다시피 집으로 데려왔는데 집 앞으로 오자 A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그친다. A는 왜 그랬을까? 다른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엄마가 자신에게 화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 힘은 A에게 있었고 엄마는 속수무책이었지만, 집 앞에서는 상황이 역전돼 힘이 엄마에게 간다. A는 이를 알기 때문에 엄마의 힘에 굴복해 울음을 멈춘 것이다.

3단계는 '앙갚음하기'다. '힘 행사하기' 단계에서 주도권을 끝내 잡지 못한 아이들은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항상 힘에 굴복하는 상황을 통해 상처를 받았으므로 다른 사람도 상처를 받아 마땅하다고 자신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자신이 사랑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거칠고 밉게 행동해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찾으려고 하는 '앙갚음하기' 단계에 들어선다. 좌절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도 깊이 상처받고 좌절하게 된다. 부모 또한 아이들에게 보복하려는 마음이 자신도 모르게 생긴다. 보복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하면 좋아하는 장난감을 뺏거나, 게임 시간을 줄이는 것 등 부모들이 흔히 하는 행동이다. 이럴 경우 자녀는 더 못되게 굴거나 대항하고, 부모는 다시 보복을 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부모는 아이들의 행동이 좌절에서 시작되는 것을 재빨리 인식해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4단계는 '무능함 보이기'다. 앙갚음의 투쟁에서도 패배한 아이들은 결국 완전한 패배감을 느끼게 되는 심각한 상태로 넘어간다. 아이들은 더 나은 자신으로 발전하려는 의지를 포기한 채 무능한 행동을 하게 된다. 비행청소년이 되는 등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무능력하게 행동하는 아이들은 극도로 좌절돼 있다. 이때 아이들은 잘해 보려고 시도하기는커녕 아예 모든 것을 포기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기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것도 포기해 버린다. 불행하게도 학교에서는 공부에 대해 이런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아주 많다.

Q: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의 목표를 바르게 수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관심 끌기에 대한 대처방법= 아이들이 관심끌기를 할 때마다 감정에 치우쳐 자녀에게 관심을 보이고 달래주면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아이들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관심을 받게 된 것이므로 행동 목표를 달성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관심 끌기가 목표인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들의 긍정적인 행동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잘못된 행동을 무시하고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를 포착해 아이들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큰 관심을 줘야 한다. 관심은 아이들이 끌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주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한다.

△힘 행사하기에 대한 대처방법= 자녀가 부모의 뜻을 거슬러 힘을 행사할 때 부모는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부모의 화는 힘의 남용이다. 힘이 남용될 때 자녀는 힘의 가치를 오해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A의 경우처럼 힘이 자녀에게 흘렀을 때 부모는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부모가 자녀의 힘을 제압하기 위해 더 큰 힘을 사용한다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어긋난 관계가 악순환한다. 부모의 힘에 반복적으로 제압당한 경험이 학습된 자녀는 부모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다른 형태의 잘못된 행동의 목표를 설정한다.

△앙갚음하기에 대한 대처방법= 복수심을 가진 아이들을 도우려면 부모는 보복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의 복수심의 크기만큼 부모는 반대로 선의를 보여주면서 아이들의 존재 그 자체를 보면서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키워나가야 한다. 부모와 아이들이 앙갚음의 투쟁을 계속 벌이면 결국 자녀는 부모에게 깊은 심리적 외상을 입은 채 항복하게 되고 이 단계가 되면 심각한 상황이 된다.

△무능함 보이기에 대한 대처방법= 자신이 무능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우선 비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능함을 보이는 아이들은 계속되는 패배와 실패의 경험으로 스스로 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빈정거림과 비난은 절망에 빠진 아이들에게 수치심까지 줘 회복할 수 없는 심리적 상처를 안기게 된다. 아이들이 자신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이면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지지해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도움말=김형준 대구방촌초등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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