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서의 예술공유] 미술관과 백화점 그리고 아트 페어

  • 박창서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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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30   |  발행일 2022-03-30 제26면   |  수정 2022-03-30 07:13
박창서 (전시기획자)

1793년에 탄생한 루브르 미술관은 근대(modern)라는 시대성과 공중(The Public)의 시민 사회 계급의 부상과 함께 설립되었다. 시민들에게 예술의 문호를 개방한다는 의미에서 전시가 시작되었고 점차 전시와 수집 그리고 교육을 위한 전문 공간으로 특화되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미술관과 도서관을 19세기 헤테로토피아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는데 모든 시대, 모든 형태, 모든 취향을 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 장소들은 움직이지 않고 시간을 축적한다.

루브르궁전이 박물관으로 바뀌고 반세기가 채 지나기 전인 1838년 파리에서 세계 최초의 백화점인 르 봉 마르세가 영업을 시작하였다. 미술관과 백화점은 근대 시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되었다. 모더니즘의 성전이라고도 불리는 미술관은 부르주아 계층의 고급스러운 취향을 대변하였고 백화점은 시민 계층의 소비와 여가 문화를 반영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된다. 백화점과 미술관은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으로 탄생한 근대를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고 19세기와 20세기를 대표하는 기념비적 건축 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지난 세기를 이끌었던 20세기 미술관들은 아방가르드 예술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전면적으로 수용하며 예술의 지평을 확장시킨 동시에 자본주의의 선봉에서 그 주류 세력인 부르주아 엘리트 계급의 이데올로기에 충실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냉전이 종식되고 국제 자본의 유동적 움직임 속에서 미술관도 점차 스펙터클 사회를 반영하는 공간으로 변모하며 미술관은 중요한 관광지가 되고 카페와 아트숍과 같은 관람객을 위한 상업적 공간들이 생겨났으며 전시 또한 관람객이 붐비는 스펙터클한 전시가 성행하게 되었다. 역설적이게도 미술관은 점차 백화점을 닮아가고 백화점은 미술관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많은 백화점이 예술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고객들의 아트 테크 트렌드를 겨냥한 이벤트들과 예술과 소비를 동시에 지향하는 아트 슈머 고객에 대한 마케팅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예술 감상과 쇼핑이라는 미술관과 백화점의 장점을 모두 만족시키는 행사가 바로 아트 페어다. 미술관처럼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동시에 백화점에서 쇼핑하듯 작품을 구매할 수 있다. 미술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를 반영하듯 얼마 전에 끝난 화랑 미술제에서 닷새간 5만3천명의 관람객과 177억원의 판매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특히 MZ세대의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트렌드가 되고 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미술 시장의 성장이 문화 예술계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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