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영의 삶과 도전 자동차디자인 .5] 마즈다자동차 근무, 마즈다 첫 외국인 디자이너로 입사…디자인철학 'KODO' 탄생 함께해

  • 우도영 중국 BAIC 익스테리어 디자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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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2   |  발행일 2022-04-22 제21면   |  수정 2022-04-22 07:27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들떠있던 그해 히로시마 본사 취직
일본어 익숙해진 뒤 양산프로젝트 본격적으로 합류했지만
디자인 외 기술적 지식까지 필요해 한동안 시행착오 겪기도
역동적 생동감 추구 마즈다 장인정신 경험한 소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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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즈다 5 (MPV) 2006-2007년. KODO 디자인이 시작되기 전 지금의 르노자동차 디자인 총책임자인 로렌스 반덴 아커가 계획한 나가레 콘셉트를 추구한 디자인이다. 보디의 볼륨, 캐릭터라인 그리고 곳곳에 적용된 줄무뉘 방식의 패턴은 나가레 디자인을 표현한 대표적인 방법이다. 처음에는 콘셉트카에 많이 적용되었으나 양산차에 적용된 경우는 이 프로젝트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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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전 국민이 들떠있던 그해 나는 일본으로 가기 위한 수속 진행을 위해 한국에 잠시 머물게 됐다. 그 덕분에 월드컵도 관전할 수 있었다. 또 한일 공동개최로 인해 마즈다와의 첫 만남에서도 월드컵 이야기를 화제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일들을 진행할 수 있었다. 포드그룹의 한 계열사로서 그 당시 마즈다의 상황은 뼈아픈 회생절차를 거친 후 새로운 시작을 위해 여러모로 회사의 분위기가 한창 고조된 상황이었으며, 디자인부서 또한 많은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즈다 창립이래 히로시마 본사에 취직한 최초의 외국인 디자이너였던 나는 초기에 여러 가지 많은 헤프닝을 겪기도 했는데, 근본적인 이유는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못해서였다.

일본어를 전혀 할 수 없었던 나는 팀원 중에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매사에 소통이 순조롭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입사 초반에는 프로젝트에 깊이 관여하지 못하고 선행 아이디어를 만드는 단계에서 일을 해 나갔으며 어느 정도 일본어가 익숙해진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양산 프로젝트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또 마즈다의 디자인 추구 방향과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포드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기에 당시 포드의 방식에 길들여져 있던 나는 새로운 방법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으로 처음 얼마 동안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내가 느끼는 좋은 디자인과 그들이 느끼는 좋은 디자인의 관점이 전혀 달랐기에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디자인 자체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다.

포드가 당시 디자인 총책임자였던 제이메이즈씨의 디자인 철학을 기본으로 아우디 폭스바겐과 같은 심플하고 기능적인 디자인을 추구했다면, 마즈다는 정반대의 디자인 철학으로 역동적이고 생동감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또 포드의 디자이너들은 순수 디자인 중심의 모델을 추구하며 모든 양산과정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는 디자인팀에 소속되어 있는 전문 엔지니어들의 도움으로 개발한다.

하지만, 마즈다의 디자이너들은 그 과정들도 직접 스스로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 못지않게 그 방면에서도 많은 지식이 요구되어 진다. 그래서 팀에 있는 시니어 디자이너 정도의 레벨이 되면 엔지니어 못지않게 웬만한 양산에 관한 지식은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런 경험들 속에서 나의 디자인영역이 굉장히 넓어지면서 여러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는 근본이 만들어진 계기가 되었지만 그 당시 그것을 이해 할 수 있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몇 년이 지나 나와 함께 마즈다에 왔던 모리칼럼씨는 다시 포드로 발령이 나면서 디트로이트로 돌아갔고, 그 후 임자로 로렌스 반덴아커씨가 새로 부임해 왔다. 부임 후 그는 일본어로 '나가레'라는 꽤 파격적인 디자인 철학을 선보였는데, 우리말로 흐름이라는 뜻으로 모든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흐르는 자연적인 형상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또 바디에 여러 가지 패턴을 넣어서 흐름의 의미를 더욱 강조했는데 여러 대의 콘셉트카를 발표해 그 당시 큰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양산 프로젝트에서 추구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서 내부적으로 많은 토론과 검토가 이어졌는데 내가 참여했던 미니밴 디자인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적용이 돼 대중들에게 소개가 되기도 했다.

그 후 로렌스씨가 르노로 이직을 하면서 나가레 디자인 철학은 마즈다에서 사라지게 되고 그 후에 포드가 아닌 마즈다 출신의 마에다이쿠오씨가 디자인본부장으로 정해지면서 지금의 마즈다 디자인철학인 'KODO'가 탄생하게 되었다. 영혼의 움직임이라는 뜻의 'KODO'는 말 그대로 일본의 장인정신을 자동차 디자인에 불어넣는 것을 의미하는데 디자인이라고 말하기 앞서 하나의 혼이 담긴 예술작품으로서 자동차디자인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나를 포함해 4명의 디자이너들이 팀 작업으로 진행된 디자인은 콘셉트카 시나리의 발표와 함께 첫 세대 디자인 철학을 완성시키면서 화려하게 데뷔를 하였다. 이후에 발표된 모든 양산차에 같은 디자인철학을 추구하여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마즈다 디자인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비록 콘셉트카의 최종안은 나의 디자인이 아니었으나 그 과정 속에서 만들었던 여러 가지 결과물들은 디자인 전체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나 스스로에게도 대단히 큰 만족감을 주었다. 그리고 한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디자인으로 풀어낸 그 경험은 나에게 훗날 또 다른 큰 도전을 위한 아주 소중한 자산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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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영 (중국 BAIC 익스테리어 디자인 디렉터)

그 후 개발된 디자인 콘셉트를 바탕으로 부서내에서 클래스를 신설해 젊은 디자이너세대들을 가르쳤으며, 이어진 마즈다6과 마즈다2 프로젝트에서도 같은 개념을 적용해 성공적으로 이끌며 'KODO' 디자인철학을 완성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그 결과를 인정받아 한 단계 높은 직책으로 진급을 하는 영광도 얻게 되었는데 그렇게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다.

<중국 BAIC 익스테리어 디자인 디렉터>

☞KODO = 영혼의 움직임이라는 뜻의 'KODO'일본의 장인정신을 자동차 디자인에 불어넣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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