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최초의 질문…"진정한 혁신은 도전적 질문에서 시작한다"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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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9   |  발행일 2022-04-29 제15면   |  수정 2022-04-29 07:41
개념설계의 씨앗은 답이 정해지지 않은 것·논리의 빈 곳 채우는 질문들
기존 틀 넘어 먼저 '게임의 룰' 제시해야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어

111쪽
마이크로인젝터로 수정란의 핵에 유전물질을 주입하는 모습. 신약 사업은 기술 선진국 제약사들의 무대다. 기술 선진국과의 지식 인프라 공유 등을 통한 '최초의 질문'으로 선진국에 다가갈 수 있다. <민음사 제공>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진정한 '기술 선진국'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적 기술의 틀을 넘어 스스로 '게임룰'을 제시하며 '전 세계에 새로운' 기술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누구에게도 답이 없고 질문과 시행착오만 가득하게 된다. 기술 선진국들 역시 길을 몰라 헤매기도 한다. 이때 '최초의 질문'이 필요하다.

혁신적 개념설계의 씨앗이 되는 최초의 질문은 '기존 분야에서 모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과 다른 규범을 제시하려는 뜻이 담긴 질문'이다.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 '설명되지 않던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는 질문' '논리의 빈 부분을 채우거나 서로 다른 이론의 충돌을 설명하려는 것' 등이 최초의 질문에 해당한다. 따라서 그 해법을 찾는 데도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또 '최초의 질문'이란 업계에서는 통용되는 로드맵을 벗어나는 목표를 제시하거나 시장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인텔의 경우 '반도체 제국을 이루는 데는 저마다 기능이 다른 칩들을 통합할 수 있겠느냐'는 최초의 질문을 던졌다. 우주 시장의 개척자로 불리는 스페이스X는 '1단 로켓을 재사용할 수 있는지'라는 질문이 있었다. 이 밖에도 즉석 사진, 넷플릭스, 인터넷 등 혁신의 사례로 꼽히는 것들의 탄생에는 항상 '최초의 질문'이 존재했다.

결국 기술의 혁신을 완성하기 위해선 도전적인 '최초의 질문'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 작은 것에서부터 버전을 빠르게 높이는 '스몰베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최적의 답을 위해 외부의 지식과 시각을 도입하는 '오픈 네트워킹', 시행착오의 경험을 쌓아 가는 '축적 시스템', 매 단계의 '철저한 실행'이 이뤄져야 한다.

최초의질문_표지1
이정동 지음/민음사/264쪽/1만7천원

저자는 만약 최초의 질문을 던지지 못할 시 기업이 몰락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핀란드 기업인 '노키아'는 10여 년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세계 1위를 지키다 몰락했다. 노키아는 비용과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에 대한 최초의 질문이 저지됐다. 기회가 많을수록 위험부담이 크기 마련이고 더욱 외부와 손을 잡으면서 스몰베팅으로 작지만 빠른 버전 업을 실행해야 하는데, 질문이 나오지 못하게 막아버린 것이다. 그 결과 노키아는 몰락하고 말았다.

저자는 지금 세계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전쟁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길은 우리나라 산업도 기술분야에서 크고 작은 최초의 질문을 던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책은 '최초의 질문'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기술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을 찾아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총 6장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장에서는 한국의 성장 과정 등 기술 발전 과정을 돌아본다. 두 번째 장에서는 기술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혁신의 원리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세 번째 장에서는 지금 막 싹을 틔운 혁신적 기술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혁신의 원리를 확인한다. 이어 독창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꾸준히 답을 찾아가는 사람을 어떻게 키울지, 이들의 열정을 어떻게 불러일으킬지에 대해 네 번째 장에서 다룬다.

다섯 번째 장에서는 기술 선진국들이 벌이는 경쟁의 현장과 숨은 힘을 들여다보면서 최초의 질문이 어떤 구실을 하는지 알아본다. 마지막 장에서는 최초의 질문이 가득한 기술 선진국이 되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 가운데 중요한 것들을 살펴본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한국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왜 현재 '최초의 질문'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 수 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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