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예비 매형의 결혼 축사를 피하기 위한 해프닝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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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0   |  발행일 2022-05-20 제39면   |  수정 2022-05-2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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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아드리앵(벤자민 라베른헤)은 동거 중인 여자친구 소니아(사라 지로도)로부터 당분간 떨어져 지내자는 통보를 받는다. 일시 정지 버튼처럼 누르면 멈췄다가 다시 가는 관계의 버튼이 있다면 누르고 싶을 만큼 자신에겐 지금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이후 좌절과 분노, 근거 없는 희망으로 가득 찬 38일을 보낸 아드리앵. 결국 참고 참다가 소니아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낸다. 그리고 시작된 가족과의 저녁 식사 자리. 예비 매형 루도(카이안 코잔디)는 그에게 느닷없이 결혼식 축사를 부탁한다. 얼떨결에 한다고는 했지만 재미없는 농담과 말실수, 어색한 정적으로 하객들의 조롱거리가 될 것을 걱정한 아드리앵은 축사를 피하려 한다. 하지만 지금 그보다 중요한 건 가족들과의 저녁 식사가 끝나기 전까지 소니아의 답장을 받을 수 있을까다.

'꼬마 니콜라' '업 포 러브'를 연출한 로랑 티라르가 또 한 번 '인간 탐구'에 천착한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으로 관객을 찾았다.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 시트콤 같은 인생을 살았던 지극히 사적인 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은 작품이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의 문자를 기다릴 때 우리 남자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올바른 상태가 되곤 한다"며 "타인과 우리의 관계에 대한 영화"임을 밝혔다. 영화는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프랑스식 유머와 수다 위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아드리앵은 영화 속 화자가 돼 구조적이지 않은 느슨하고 즉흥적인 내러티브로 자신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대변한다.

원색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파스텔톤의 색감 연출과 정적인 공간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 왔던 로랑 티라르 감독의 스타일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특히 가족들의 저녁 식사 장면에 러닝 타임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는데, 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는 그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모든 대화를 주제와 아무 상관 없는 일화로 마무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버지, 쓸데없는 갈등 만들기가 싫어 모른 척 넘어가는 엄마, 타인에게 무신경한 친누나와 토론과 잘난 척을 좋아하는 예비 매형까지 다양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인물 구도가 나름 흥미롭게 짜여있다.

소박하고 따뜻한 시선을 견지한 건 이 영화가 지닌 매력이다. 아드리앵이 상상하는 자잘한 소동극은 그래서 늘 귀엽고, 엉뚱하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가족들은 사랑스럽다. 슬픈 에피소드를 제거하고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이야기에 녹여낸 결과다. "무엇을 하든 결국 내 손에 달린 건 없다"고 푸념하던 아드리앵의 두 가지 고민이 어떻게 해결될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서툰 관계로 고민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지침서 같은 영화다.(장르:코미디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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