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영의 삶과 도전 자동차디자인 .6] 학창시절 꿈, 마지막 목표를 이루다…벤츠, 소수의 디자이너만 선발해 작업…입사 후 '뉴CLS·S클래스' 개발에 동참

  • 우도영 중국 BAIC 익스테리어 디자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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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20   |  발행일 2022-05-20 제21면   |  수정 2022-05-2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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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발표한 메르세데스 벤츠의 플래그십 모델인 S클래스의 풀모델 체인지 디자인. 기존의 S클래스 디자인을 좀더 젊은 감성에 부합시킨 디자인으로서 CLS와 A클래식에 적용된 차세대 디자인 철학의 결정체이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일본에서 보내면서 나는 한가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미래에 대한 또 한 번의 도전에 대한 것이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디자이너로서 40대의 나이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으며, 여기서 더 늦어지면 새로운 도전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학창시절부터 꿈꾸었던 자동차디자이너로서 목표 중 최고점인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회사에서의 경험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결심을 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를 선정한 후 회사별 디자인 성향에 맞게 꽤 오랜 시간을 들여 이른바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다. 그 이유는 회사들의 디자인 성향이 모두 달라 아무리 우수한 작품이라도 그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지 않으면 기회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들의 디자인 특성을 잘 파악해서 내가 그들의 성향에 잘 맞으며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내용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벤츠사에 지원하는 사람들의 포트폴리오가 하루에도 많게는 수십권씩 세계 각국에서 우편으로 도착하며, 그중 우수한 극소수만이 채용대상으로 선정되고 있었다. 그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눈에 띄지 않으면 검토대상에조차 들지 못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수준 높은 포트폴리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비단 벤츠뿐만 아니라 BMW나 아우디 또한 비슷한 상황이었다. 포트폴리오의 양식 또한 지금은 온라인지원이 보편화 돼 모든 것이 인터넷상으로 가능하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을 하드카피로 제작하였으며, 그것을 만들기 위해 수준 높은 콘텐츠는 물론 포맷과 색상 및 재료 등 모든 준비를 심사숙고해 준비해야 했다.

직속상관 로버트 레스닉과
관능적 심플함 강조해 완성
벤츠 디자인 전성기 이끌어

S클래스 모델 럭셔리 최고점
중국서 발표된 콘셉트A 세단
작은 체구 강인함 하이라이트


그렇게 준비된 포트폴리오를 우편을 통해 몇몇 회사로 보낸 후 한 달여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 왔다. 벤츠사를 포함해 독일 두 회사로부터 인터뷰 초청장을 받게 된 것이다. 그 당시 인터뷰방식은 대면이었기에 나는 일본에서 독일로 직접 가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내가 기획한 모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그 감회가 정말 남달랐다. 얼마 후 정식 계약서를 받고 2013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향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꿈꾸었던 마지막 목표가 이루어지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그해 2월 초 나는 슈투트가르트 인근에 있는 본사 익스테리어 디자인팀으로 첫 출근을 했다. 이곳저곳을 소개 받으며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내심 놀란 것은 예상보다 디자인팀의 인원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였다. 6명 정도로 구성된 익스테리어 디자인팀이 3팀, 그리고 어드밴스드 디자인팀, 이렇게 총 4팀으로 구성돼 있었다. 물론 익스테리어팀 안에 램프와 컴포넌트팀이 따로 있기는 하나 많은 차종을 생산하는 회사로서는 생각보다 너무 적은 인원수였다. 그만큼 한 명 한 명의 디자이너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의 능력이 크다는 의미로도 생각되지만 앞서 경험했던 회사들과는 확연히 다른 조직 구성이었다.

벤츠사에 입사 후 참여한 양산 프로젝트는 다양하게 많이 있으나 그 중 대표적인 것을 꼽으면 뉴CLS와 S클래스가 있다. 나의 직속 상관이었던 로버트 레스닉씨의 지휘 아래 모두 개발되었다. 벤츠의 디자인 철학인 센슈얼 퓨어리티(Sensual Purity)의 차세대 디자인을 표현한 모델들이었다. 센슈얼 퓨어리티란 말 그대로 관능적인 심플함을 기본으로 모던 럭셔리를 표현한다는 의미인데 첫 세대들이 발표된 후 반응이 좋아 벤츠디자인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 후 뉴CLS를 시작으로 A와 S클래스에서 완성된 차세대 디자인은 벤츠 전 차종에 응용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뉴CLS 디자인의 초기 단계에서는 독일 본사와 미국 LA 스튜디오를 오가며 진행되다가 독일 본사에서 본격적으로 개발하게 되었는데 그때 1세대 CLS 디자인콘셉트를 계승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정하게 되었다. 전체적인 보디 디자인은 심플함을 기본으로 콜라병을 모티브로 한 역동적인 제스처를 표현했고 삼각형 형태의 램프 디자인은 그 후에 이어지는 모든 차량에 응용되면서 다음 세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S클래스의 디자인 개발 배경은 좀 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처음 시작 당시 디자인은 복고풍 디자인을 콘셉트로 해 제작되었으나 마지막 품평회에서 동의를 얻지 못해 프로젝트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그렇게 해서 다시 시작된 프로젝트는 좀 더 젊은 S클래스를 표현하는 데 역점을 두게 된다. 심플한 보디 디자인을 바탕으로 캣워크라인(Catwalk Line), 즉 고양이가 걸을 수 있는 폭의 넓이라는 의미로 이름 붙여진 캐릭터 라인을 사용해 자동차의 늘씬한 비례를 강조해 모던 럭셔리의 최고점에 달하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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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영 (중국 BAIC 익스테리어 디자인 디렉터)
또 양산 차량 개발과 동시에 가끔씩 콘셉트카 디자인도 이루어지는데 입사 후 처음으로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발표된 콘셉트 A세단을 디자인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 디자인은 A클래스 해치백 모델의 세단버전으로 먼저 중국시장을 겨냥해 제작되었으며 양산 버전이 출시되기 전에 먼저 선보이는 티저 모델로서 대중의 반응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의도로 제작됐다. 디자인 콘셉트는 S클래스의 것과 거의 동일하나 작은 체구에서 느껴지는 강인함은 여느 스포츠카 못지않은 아우라를 보여주었으며 같은 팀 멤버에 의해 디자인된 램프 디자인은 이 차의 하이라이트였다. 그 후 또 다른 콘셉트카 프로젝트인 2018년 여름 미국 페블비치모터쇼에 소개된 EQ 실버에로우 디자인도 담당하게 되었는데 본사에서 먼저 디자인을 완성한 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있는 위성스튜디오로 옮겨가 두 달 정도 머물며 LA 소속 디자인팀과 컬래버레이션으로 모델을 제작한 특이한 케이스이다. 원래 이 차는 LA 디자인스튜디오에 할당된 프로젝트였으나 처음 디자인 채택단계에서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자 독일 본사팀도 합류하게 되었고, 그 경쟁 속에서 나의 디자인이 최종 선택돼 미국 스튜디오로 직접 건너가 모델을 제작하게 된 것이었다. 이 차는 전기자동차의 레이싱버전으로 1937년 제작된 벤츠의 역사적인 모델인 W125 레코드바겐의 오마주 모델로 전기 레이싱카에 대한 벤츠의 포부를 미리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중국 BAIC 익스테리어 디자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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