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미터 줄서야 돼요" 무료급식소, 거리두기 완화로 모처럼 활기

  • 이자인,손정섭
  • |
  • 입력 2022-05-19 17:56  |  수정 2022-05-20 07:22  |  발행일 2022-05-20 제2면
KakaoTalk_20220519_154403537
19일 오전 11시30분쯤 대구 두류공원 무료 급식소 '사랑해밥차'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들에게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배식하고 있다. 손정섭 수습기자 myson@yeongnam.com
KakaoTalk_20220519_142515284
19일 오전 11시쯤 대구 두류공원 무료 급식소 '사랑해밥차' 옆에서 봉사자들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이발봉사를 하고 있다. 손정섭 수습기자 myson@yeongnam.com

19일 오전 10시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앞. 비빔밥과 콩나물된장두부국 등 음식을 가득 실은 무료 급식소 '사랑해밥차'가 도착하자 자원봉사자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한쪽에선 식사를 기다리는 어르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색소폰 연주와 미용 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배식은 오전 11시가 넘어야 시작되지만 시민들은 두세 시간 전부터 공원 앞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얼핏 봐도 60대 이상 어르신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대구지역 무료 급식소에도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도시락으로 대체돼 아쉬움이 컸던 어르신들은 급식이 다시 돌아왔다며 반가워하는 표정이다. 류모(66·대구 달서구)씨는 "식사를 하기 위해 10시 반부터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안 아까울 정도로 푸짐한 음식이 준비돼 있어 너무 고맙다"며 "코로나가 심할 땐 떡이나 빵 같은 도시락만 받았는데 급식이 돌아와서 정말 좋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사랑해밥차에 따르면 이날 점심 급식을 위해 찾은 시민은 800명이 넘었으며, 공원 밖까지 대기줄이 수백m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급식소 관계자는 혹시나 식사가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급식을 마친 신병욱(84·대구 남구)씨는 "코로나가 심할 땐 도시락과 집밥을 번갈아 가면서 먹었는데 오늘은 급식소에서 양껏 줘서 배부르게 먹었다"며 "사실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내 차례가 오기 전에 배식이 끝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먹을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거리두기가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무료 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의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했다. 예전처럼 한 곳에서 어울려 식사를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던 것. 이모(61·대구 남구)씨는 "평소 비빔밥을 좋아해서 자주 먹는데 이렇게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비빔밥은 처음"이라며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 어울려 식사를 하지 못하는 점은 여전히 아쉽다"고 했다.
오랜만에 배식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도 어르신과 어울리며 보람된 시간을 보냈다. 사랑해밥차 자원봉사자 김은경(여·32·달서구)씨는 "직접 대면하는 봉사활동이라 일부러 급식 봉사현장을 찾았다"며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긴 했지만 식사를 하기 힘든 어르신들이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피곤함도 다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날 급식소 옆에선 진행된 미용봉사에도 많은 시민이 몰렸다. 미용사 박은정(여·53·대구 달성군)씨는 "처음엔 자격증을 막 따고 연습할 요량으로 봉사를 시작했는데 가면 갈수록 보람을 느껴 10년 넘게 봉사하고 있다"며 "코로나 기간 미용봉사도 힘들었는데 어르신들이 머리카락을 자르고 만족해 하니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무료 급식소도 정상화했지만 걱정거리도 생겼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로 인해 질 좋은 식사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영진 사랑해밥차 대표는 "최근 물가가 너무 오르면서 1천500원이면 해결되던 한 끼 식사가 지금은 2천원은 되야 한다"며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하루에 많게는 1천명이 온다.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선 물가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손정섭 수습기자 myson@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자인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손정섭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