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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반 기업과 공공기관의 40대 중간관리자들 사이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이 가득하다. 고지식한 선배와 까칠한 젊은 후배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서다. 조직에 균열이 날 징후로 인식될 수 있다. 급변하는 기업환경 속에서 똘똘 뭉쳐 경쟁에서 이겨도 모자랄 판국에 내부 문제로 자멸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선배들은 상명하복(上命下服)식 의사결정 시스템에 견조하게 길들어 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이른바 'MZ세대' 젊은 후배들은 '무간섭'을 외친다. 조직을 바라보는 시선에선 차이점이 더 확연하다. 선배들은 조직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한다. 반면 후배들은 사적 영역에 천착한다. 조직에 그다지 애착이 없다는 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보편적 시각이다.
물론 공통점은 있다. 두 세대 모두 '쇠고집' 기질이 있어 당최 양보할 줄 모른다. 표면적으로 조직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작동될 수 없는 구조다. 이 틈 속에 40대가 있다. 소통 창구 역할을 해야 하는 현실이 고통스럽지만 애써 내색은 하지 않는다. 직장 내 평화유지 욕구가 강해서다.
40대는 나름 격변의 시대를 살았다.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은 40대를 X세대(1975~1984년)로 분류했다. 1차(1955~1964년생)·2차(1965~1974년생) 베이버붐 세대와는 결이 다른 새로운 부류의 등장이다. 이 중 1975년생의 인생궤적은 특히 드라마틱하다. 1992년 4월,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곡 '난 알아요'에 열광하며 기성세대에 처음 반기를 든 세대지만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학력고사 대입 전형이 급히 막을 내린 뒤 등장한 수능을 처음 접한 세대다. 당시 '대입 마루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육현장은 혼란스러웠다. 군 생활도 꼬였다. 이병·일병 시절엔 구타도 감내하며 쥐 죽은 듯 지냈다. 병장을 달면 편해질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군대 내 대대적인 폭력 근절운동이 전개되면서 전역 때까지 조신하게 보내야 했다. 복학 후 졸업할 무렵엔 외환위기가 엄습했다. 기업들은 취업 문을 걸어 잠갔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며 휴학을 택한 동년배들이 부지기수였다. 사회 진출이 그만큼 늦어진 데다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선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가 터졌다. 비상경영이란 말만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지금은 팀장·과장 등 중간 간부가 됐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성취감은 온데간데없고, 주마가편(走馬加鞭)식 시그널만 날아온다. 무엇보다 명령조 관행에 젖은 '기성세대'와 자유분방한 'MZ 세대'간 가치관 간극을 메우는 게 곤욕이다. 양 세대의 특성을 조금씩 접한 탓에 조직융화의 매개체로 인식된 게 죄라면 죄다. '낀 세대'라는 용어가 현 상황을 한마디로 대변한다. 조직 소통 문화 혁신이라는 큰 울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선배들은 일방적 업무지시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때론 진중히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후배들은 언젠가 자신도 관리자가 된다는 점을 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기존 방식에 대한 불만과 자기 주장만 늘어놓지 말고, 조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인생의 황금기를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40대가 경제 중심축으로 전성기를 맛볼 수 있도록 사회적 격려가 절실하다.
최수경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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