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지난 25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거주자의 동의를 얻어 촬영한 대구시내 한 쪽방촌 내부. 사람 한 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좁은 방 한켠에 유일한 냉방기인 선풍기 한 대가 서 있었다. 이동현 수습기자 |
"진짜 덥네요. 더워서 말할 힘도 없어요."
한여름 무더위가 찾아온 듯 더웠던 지난 25일, 이날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3도에 육박했다.
폭염도, 한파도 가장 지독하게 찾아드는 곳이 있다. 바로 도심의 '쪽방촌'이다. 하루 중 가장 덥다는 이날 오후 2시쯤 대구의 한 쪽방촌을 찾아 가 봤다.
대구 서구 비산동에 위치한 한 쪽방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방안에는 선풍기가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고, 방 주인으로 보이는 노인이 더위에 지쳐 누워 있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간 쪽방촌 건물 2층은 더위를 온전히 받아내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평평한 옥상 바로 밑에 위치한 쪽방촌에는 폭염이 일찍부터 찾아 들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가 바로 느껴졌다. 내부에는 2∼3평 남짓한 방이 여러 개가 'ㄷ자형'으로 배치돼 있었다. 볕이 드는 쪽의 방에는 간간이 냉방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안쪽 방에는 선풍기가 전부였다.
쪽방촌 거주자들은 일찌감치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숨 가쁜 더위를 맞이한 모습이었다.
환기가 잘 되지 않아 더 더운 좁은 쪽방을 벗어나 바깥으로 나온 이들도 있었다. 쪽방촌 근처 그늘막 벤치에서는 어르신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이들은 "아직 5월인데 이렇게 더울 수 있느냐. 올 여름 얼마나 더 더울지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쪽방촌에 거주한다는 A(65)씨는 "방 안은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덥다. 여름에는 많이 덥고 겨울에는 많이 춥다"며 "너무 더울 땐 밖으로 나와 더위를 피해야겠지만, 몸이 불편해 1층으로 내려오기 힘든 사람도 있다"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이날 찾아간 북부정류장 인근 월세 쪽방은 냉방시설이 배치된 조건 좋은 방의 가격은 일반 쪽방보다 월세가 5~10만 원 가량 비싸다고 했다.
쪽방 앞에서 만난 B(여·73)씨는 "지원금을 받아 월세를 내면 남는 것이 없다"며 "생활의 어려움이나 힘든 점이 왜 없겠냐 만은, 이런 이야기도 주인 눈치가 보여 잘하지 못 하겠다"고 했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 소장은 "쪽방은 에어컨 등을 제대로 사용할 구조가 되지 못하는데, 그간 코로나19 때문에 폭염 대피소나 무더위쉼터로 가지 못한 쪽방촌 주민들도 많았다"며 "이른 더위로 인해서 쪽방상담소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도시공사 등에서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공가(空家)를 고령자나 몸이 좋지 않으신 분들에게 임시방편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한편 올 여름은 평년보다 더 더울 것이란 기상청 전망이 나왔다. 당장 다음 달도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보인다.
대구기상청의 '대구경북 6월 기후 전망'에 따르면, 6월 1~3주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40%로 예측됐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

노진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