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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방화 사건이 발생한 대구 수성구 범어동 빌딩 2층 변호사 사무실이 검게 그을려 있다. 영남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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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구 동구의 한 사무실 2층에 비상출구가가 에어컨 실외기 등으로 막혀 1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모습이다. 이동현 수습기자 |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을 계기로 오래된 업무 시설에 대한 소방설비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9일 대구 수성구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로 7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초 인화물질을 사용한 방화 사건이어서 큰 인명피해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건물(지상층) 내 스프링클러가 없고 밀폐된 구조와 부족한 대피 경로 등의 문제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건물 지상층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점가 대피 경로가 없는 부분은 법적 문제가 없다. 현행법상 6층 이상 건물의 경우 스프링클러를 달도록 하고 있지만, 해당 건물이 1995년 건축 허가 당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 건물이 아니었다. 소급 적용이 되지 않다 보니 2013년 지하주차장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생기면서, 지하주차장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 이 건물뿐 아니라 지역 내 20~30년씩 오래된 건물과 5층 이하 건물들도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어 화재 초기 대응에 취약한 상태다.
14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대구지역 사무실 용도의 구축(舊築) 건물 5곳을 확인한 결과,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건물은 한 곳도 없었다. 비상 대피로가 없는 건물도 2곳이었다.
대구 동구의 한 사무실 빌딩엔 비상출구가 한 개 있었지만, 사실상 비상 사다리라든지 대피로를 활용할 수 있는 설비는 갖춰져 있지 않았다. 갑작스런 화재 발생 시 자력 대피가 어려운 모습이었다.
일각에선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건물들에 대해 기존 스프링클러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히 설치할 수 있는 '간이 스프링클러'가 대안으로도 제시된다. 하지만 간이 스프링클러를 사무실 공간에 설치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스프링클러와 물탱크·펌프 등을 설치할 공간이 협소하고 몇개월 간의 공사기간 동안 사무실을 비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 간이 스프링클러의 물 저장량이 1t에 불과하고, 분무 가능한 헤드도 적은 편이어서 자력 대피가 거의 불가능한 안전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요양원 등에서 임시방편으로 설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사무실 건물에 비상 대피 통로를 마련하는 게 최우선이란 의견이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방화 사건에 대처하기 위해선 피난 경로 '양방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화재가 확산된 건 출구가 막혀버린 게 1차적 문제였고, 대피로가 없으니 유리창을 깨는 동안 화염이 빠르게 번져 피난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피난 경로 확충은 물론 완강기, 피난 사다리 등을 건물 실정에 맞게 전체적으로 구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 내 20년 이상된 5층 이하 구축 건물은 총 18만 동(棟), 그 중에서도 근린생활시설 용도 건물은 3만1천 동 정도"라며 "이번 주까지 노후 업무 시설 내 스프링클러 설치 실태조사를 한 다음, 피난 경로 확충 등은 화재 안전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이동현 수습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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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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