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길] 알로하, 나의 엄마들

  • 이향숙 새마을문고대구시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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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4   |  발행일 2022-06-24 제14면   |  수정 2022-06-24 07:26

[포맷변환]이향숙
이향숙 (새마을문고대구시지부 이사)

하와이 이민의 첫발은 '제물포항'에서 시작됐다. 2003년 이민사 100주년을 맞아 '한국이민사 박물관'이 세워졌다. 1882년 중국인 배척법으로 중국인 고용이 어려워지자 농장주는 차선책으로 조선인을 선택했다. 식민지의 국민으로 사탕수수밭이나 알로에 농장에서 노예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다.

1917년 '사진결혼'이라는 풍습을 통해 포와(하와이의 한자식 표현)로 떠나는 버들, 홍주, 송화의 이야기가 그렇다. 버들은 의병 활동을 하던 아버지로 인해 양반집 가세가 기울고 혼처가 들어오지 않아 어머니와 삯바느질로 남자 형제들을 보살피며 살았다. 홍주는 양반 신분을 산 후, 양반집으로 시집을 갔지만 두 달 만에 신랑이 죽고 과부가 됐다. 마지막으로 송화는 무녀였던 금화의 손녀딸이었다. 이들은 사진 속의 훤칠하고 부유해 보이는 남자와 행복한 삶을 기대하고 포와로 떠났다.

하지만 그녀들이 꿈꾸던 포와의 삶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민자로서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민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면서 책과 더불어 하와이 국제 영화제에 월드 프리미어로 공식 초청된 영화 '무지개 나라의 유산'을 추천한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하와이의 영상미도 좋지만 이민 1세대 부모님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자신들의 삶을 통해 실천해 낸 후손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영화 제목에 나오는 '무지개'는 여러 인종이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무지개를 이루는 '다문화 사회'를 말한다.

"젊은이들 뒤로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파도를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바다가 있는 한 없어지지 않을 파도처럼, 살아 있는 한 인생의 파도 역시 끊임없이 밀어닥칠 것이다. 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

살아가는 동안 인생의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온다. 이민자들의 삶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주는 참된 어른이 되고 싶다.

이향숙〈새마을문고대구시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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