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 카페 청송 .1] 청송사과…달콤아삭 먹는 맛에 황금빛 보는 멋까지 일품

  • 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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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2   |  발행일 2022-07-12 제12면   |  수정 2022-07-12 07:23
일조량 많고 일교차 큰 환경서 자라
당도 높고 과즙 풍부 마니아층 늘어
꾸준한 기술 개발로 품질 향상 노력
전국 최초 껍질째 먹는 사과 출시도
郡, 시나노 골드 '황금진' 상표 육성
품질 보증제 도입 소비자 신뢰 확보
시리즈를 시작하며= 경북 청송군은 특별한 기간산업 없이 주로 고추와 담배를 재배하던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경북 내륙 산지 깊숙한 곳에 위치해 농업 외에 다른 산업이 발달하기 힘든 지리적 약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청송은 50년 전부터 부유한 농촌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사과를 필두로 각종 농작물 재배에 선진 농업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또 상주와 영덕을 잇는 당진영덕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고,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관광'이 각광 받으면서 청정 여행지로도 떠오르고 있다. 인구 2만4천여 명의 작지만 알찬 고장, 청송이 이뤄낸 기적이다. 청송의 힘찬 발걸음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농촌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도전은 계속된다. 영남일보는 청송의 농업을 주제로 지역 대표 작물과 농업인을 소개하고, 앞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군의 행정 정책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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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청송을 대표하는 사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황금빛의 '시나노 골드'.
'청송' 하면 '사과'다. 주왕산국립공원과 더불어 사과를 빼고서는 청송에 관해 이야기할 수 없다. 천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청송에선 전국 최고 품질의 사과가 출하되며, 물량도 전국 전체 생산량의 10%에 이른다. '대한민국 선진농업 1번지 산소카페 청송' 1편에서는 청송을 대표하는 특산물 '사과'에 대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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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청송사과협회 부회장이 경북 청송군 현서면 백자리 자신의 집 옆 텃밭에서 시험 재배하는 사과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 일조량 많고 일교차 큰 천혜의 재배 환경

"제가 청송에서 시나노 골드(Sinano Gold)를 가장 먼저 재배한 사람일 걸요." 지난 6일 청송군 현서면 백자리에서 만난 김정우 청송사과협회 부회장이 웃으며 말했다. 김 부회장의 집 바로 옆 밭에는 다양한 품종의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시나노 골드는 청송군이 2018년부터 육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사과 품종이다. 그는 최근 17년 된 시나노 골드 사과나무를 베어냈다고 했다. 최소 10여 년 전부터 시나노 골드를 재배했다는 의미다.

김 부회장은 지역에서 유명한 '사과 전문가'다. 그는 사과 농사를 지으며 동시에 용진농원이라는 과수종묘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원래 사과 농사만 짓다가 17년 전 종자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과수종묘업체를 설립했다. 그는 사과 재배 기술을 배우러 미국과 일본 등지를 여러 차례 다녀왔다.

그는 "과거에는 새로운 사과 품종이 나오면 무작정 재배했다가 실패해서 큰 손해를 본 적이 많았다"며 "지금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집 옆 텃밭에서 먼저 시험 재배를 한 뒤 본격적으로 대량 재배를 할지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6천평 규모 과수원에 시나노 골드와 부사 등 여러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 수확 시기가 다른 여러 품종을 재배하면 수확기 일손 부족 문제를 조금은 해소할 수 있다. 통상 시나노 골드는 10월 초, 부사는 10월 말~11월 초 열매를 딴다. 그는 "한 과수원에 있는 같은 나무에서 자란 사과라도 일주일 먼저 따느냐 아니냐에 따라 당도와 식감에서 차이가 난다"며 "사과는 가장 맛있게 익었을 때를 맞춰 수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송은 사과를 재배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며 "다른 지역 사과보다 당도가 높고 과즙도 많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사과는 연평균 기온 7~14℃, 생육기간 평균기온 13~21℃, 여름 평균기온 26℃ 이하, 겨울 평균기온 10.5℃ 이상인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란다. 또 일조량이 많고 일교차가 크며, 연간 강우량은 600㎜ 이하여야 한다. 해발 250m 이상 산간지인 청송은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과 재배의 최적지인 셈이다.

◆ 키 작은 대목 등 발 빠른 선진 농업기술 도입

청송사과의 역사는 19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립운동가이며 개신교도인 박치환(1878~1968) 장로가 청송군 현서면 덕계리에 사과나무를 심었다. 청송에 심은 첫 사과나무였다.

청송에서 사과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70년대다. 당시 경산시 등에서 사과를 재배하던 농민이 대거 청송군 주왕산면으로 넘어왔다. 사과 재배에 보다 적합한 환경을 찾아 청송으로 이주해 온 것이다. 이후 청송사과는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당시 청송사과는 서울 가락농수산물 종합도매시장에 출하돼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맛도 좋고 당도가 높은 데다 저장성까지 뛰어났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사과가 청송사과로 둔갑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수출 길도 열렸다. 청송군은 1970년대 대만과의 구상무역을 통해 전국 최초로 사과를 해외에 납품했다. 물꼬를 튼 청송사과는 베트남·말레이시아·대만·인도네시아·태국·러시아·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 수출되며 국제적으로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청송군은 1990년대부터 사과나무 간 재식(栽植)거리를 좁히는 고밀식 재배 기술을 적극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다. 1994년에는 청송사과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했고, 이듬해 이탈리아 남티롤 지역에서 키 낮은 사과대목(M.9)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해 사과 품질과 생산성을 더욱 향상시켰다. 친환경 흐름에 발맞춰 2002년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껍질째 먹는 사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청송사과는 각종 상을 휩쓸었다. 2004년 '전국친환경농업 최우수 대통령상'과 '전국으뜸농산물품평회 과수분야 대상'을 시작으로 농식품파워브랜드 사과부문 전국최우수상과 대한민국대표브랜드 사과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2004년 시작된 청송사과축제는 한 해 수십만 명이 다녀가는 전국 대표 축제로 성장했으며, 2008년 청송사과특구로도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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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희 청송군수가 2019년 10월22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개막전이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객에게 청송사과를 나눠주고 있다. <청송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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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 가능한 청송사과의 미래

청송군은 전국 최고 사과 주산지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인 추진 과제가 품종 다변화다. 단일 품종만으론 고객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킬 수 없고,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2018년부터 시나노 골드를 '황금진'이라는 상표로 내세워 적극 육성 중이다. 시나노 골드는 '골든 딜리셔스'에 '천추'를 교배한 품종이다. 황금빛 과피에 당도가 높고, 아삭한 맛을 갖고 있어 마니아층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1960년대 홍옥과 국광, 1970년대부터는 후지 품종이 주로 재배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이 다양해진 만큼 사과 품종도 다변화되는 추세다.

더불어 청송군은 2020년 청송사과 품질보증제를 도입했다. 품질보증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사과에만 청송군수가 보증한 품질보증상표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청송사과의 상품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품질 보증을 통해 경쟁력은 높이고 소비자의 신뢰까지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인 셈이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청송군은 미래농업을 기치로 내걸고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농업재해보험의 불합리한 지역할증 폐지와 보험요율 개선은 물론 농축산물가격안정기금의 합리적 운영, 초밀식·다축형 미래형 사과원 전환을 통한 사과 재배시스템 혁신, 황금사과 연구단지 조성, 사과 유통센터 시설 확충 등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글·사진=김일우 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전 영남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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