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구개혁, 난리통 아닌 성장통이길…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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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3   |  발행일 2022-07-13 제26면   |  수정 2022-07-13 06:49
홍 시장 취임 후 어수선 모드

개방·효율·성과형 체제 개편

정부·정치권 SNS 소통 속엔

대구 언급 無, 정치 평론 자욱

대구와 함께하는 재도약 꿈을

[동대구로에서] 대구개혁, 난리통 아닌 성장통이길…
최수경 경제부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한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곳곳이 시끌벅적하다. '충격요법형 개혁'을 애용하는 거물 정치인 출신 지자체장인 탓에 어느 정도 예견했다. 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피니언 리더를 중심으로 추진했던 대구경북행정통합을 사실상 무산시킬 기세다. 취임사에서 대구 경제혁신의 용광로로 삼겠다던 '통합신공항 건설' 방식에 있어선 경북도와 불협화음을 냈다. 그간 친숙했던 '대구경북'이란 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시청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불씨를 댕기자 공무원들은 부르르 떤다. 지역 간판 축제 '대구치맥페스티벌'은 하마터면 올해가 마지막이 될 뻔했다.

폐쇄성·수동성·관례적 행태를 걷어내고, 개방감·성과주의·업무 효율성을 주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약동의 기운을 잃은 지 오래인 대구가 재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믿고 싶다. 변화과정에 출혈이 불가피하다면 환부를 잽싸게 도려낸 뒤 봉합해 뒤탈을 최소화하는 게 프로다. 소모적 논쟁만 양산되는 '난리통' 개혁의 여진(餘震)은 시정에 부담만 된다.

적잖은 부침이 예상되지만 분명 끌리는 정책은 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 그리고 반도체 육성이 그것이다. 이른바 'ABB+반도체'로 요약된다. ABB는 미래 첨단산업에 꼭 필요한 범용기술이다. 기업 유치와 함께 전문인력이 화수분처럼 공급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시스템 반도체 육성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합신공항 산단에 집적시키겠다고 한다. 수도권 이슈로만 생각해 손 놓고 있던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물론 실현성에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있다. 좌충우돌 행보라며 폄훼하기도 한다. 갓 취임에 따른 기대감으로 지지율이 오르는 '허니문 효과' 때문에 이 우려들은 잠시 묻히는 분위기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힘있게 시정개혁을 추진하려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을 겨냥해 페이스북 등 SNS 활동을 즐기지만 정작 대구는 쏙 빠져 있다. 엄밀히 말해 대구 현안들이 안 보인다. 그 자리는 정치 핫 이슈에 대한 정치인 '홍준표'의 평론글로 채워진다. 중앙 언론은 '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그의 페이스북 내용을 일일이 조명한다. 대구 신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나 정치권에 요구하는 사항이 이 채널에 작게라도 담겼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구의 행정 시스템에 대한 별도의 고민도 필요하다. 경남도지사를 맡으며 지방행정 시스템을 접했겠지만 도농복합지역(지원행정)과 대도시(직접행정)는 틀 자체가 다르다. 대도시엔 행정 감시 주체가 많고, 정책실행에 따른 피드백 및 저항 강도 자체에도 차이가 난다. 개혁작업에 안정감과 속도를 장착하려면 대구의 속살과 정신도 들여다봐야 한다. '대구경북학'에 한번 탐닉해볼 것을 권한다. 밖에선 볼 수 없는 '또 다른 대구'를 발견할 수 있다. 대선 후보·국회의원(5선)·당 대표를 역임한 홍 시장은 화법이 시원시원해서 청년들에게 인기가 많다. '청년의 꿈'이라는 정치 커뮤니티 플랫폼까지 운영하는 노익장을 발휘한다. 홍 시장이 낸 책 제목에도 '꿈'자가 자주 눈에 띈다. 그만큼 이상을 실현하고픈 요구가 강해서일 것이다. 이제 변화가 절실한 대구시민과 그 꿈을 같이 꿨으면 한다. 소외지역 이미지가 강한 대구도 이제 유명 정치인 출신 시장 덕을 좀 봤으면 한다.
최수경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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